아빠의 목소리
아빠는 14년 1월 말에 수술을 하셨다. 수술은 12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나는 퇴근 후 병원에 도착했다. 신입이었고, 아직 회사에서 나에 대한 신뢰가 없을 때라 아빠 이야기를 하며 괜히 눈에 띄어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기 싫었다. 그래서 모든 업무를 마치고 병원으로 갔다. 수술은 끝나지 않았고, 밤 9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아빠는 바로 회복실로 들어가셨고 손가락 한마디만한 암덩어리가 깊이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고 하셨다. 아빠는 뱃속에 모든 장기들을 반 이상 절단해야만 했다. 그래도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니 우리는 마음을 조금 놓았다.
수술이 끝나고 다음날 중환자실 면회가 가능했다. 그때 7시부터 15분 동안만 면회가 가능했는데, 퇴근하고 가기에는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그래서 실장님께 사정을 설명하며,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는지 여쭈었는데 허락해주셨다.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혀서 병원까지 달려가야 했다. 한창 겨울이었던 2월에 나는 땀이 범벅이 되어 병원에 도착했지만 면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1분도 채 보지 못했다. 다만 밖에서 들리는 아빠의 커다란 신음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나는 아빠가 아파하는 목소리를 난생처음 들었다. 의식도 없으셨는데 아프다고 소리를 계속 질러서 밖에있는 우리들에게도 들렸다. 당황한 간호사들이 계속 진통제를 놔주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아빠의 목소리가 잠잠해질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토록 무섭고 건강하셔서 우리에겐 너무나 큰 산 같은 존재였던 아빠의 신음 소리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내 모든 마음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병원은 집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거리였다. 우리는 그 날 병원에서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각자의 거리를 유지하며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났다. 횡단보도를 걸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버스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날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서로의 슬픔을 지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