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별의 유영

누군가의 생각에 한 줄의 밑줄이 되는 삶

by 서울경별진

어린 시절부터 갑작스러운 죽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하던 친구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길을 가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그때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지라 그 친구의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도 그 친구의 말이 가끔 생각이 난다. 요즘 뉴스를 보면 그게 더 와닿는 것 같다. 고등학생이었던 그 친구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나는 그때 그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을까. 그 생각들은 끝을 모르고 계속 이어진다.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엄마와 셋이 여행을 갔다. 처음으로 집에서 멀리 떨어져 땅끝까지 갔다. 해외에 간 것도 아닌 국내 여행이었지만 집과 회사가 아닌 먼 곳으로 떨어져 나와 낯선 곳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것의 기분은 처음 느껴본 것 같다.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새롭기도 하고 생각의 전환이 되는 것 같다. 그제야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를 깨달았다.


아빠는 휴가철이나 쉬는 날 길이 막히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매일 집에만 있었다. 운전을 할 수도 없고, 다녀 본 곳이 없으니 여행이라는 건 우리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다. 익숙으로부터 변화를 준다는 것은 겁이나기도 하지만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처음으로 먼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는데, 집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만 있는 게 미련해 보일 때도 있고, 갈 곳이 없는 게 서럽기도 했지만, 그때는 집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또 옛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집과 먼 곳에 있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나는 당장이라도 순간이동을 해서 집에 가있고만 싶었다.


다른 나라에서 목숨을 잃게 된 사람이 한국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보면서 울었던 적이 있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돌아오세요.' 매일 있는 곳이지만 내일도 있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매일 보는 사람이지만 내일 다시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물론 돌아가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것, 돌아가고 싶은 가족이 되어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어주고 있을까. 내 글을 기억해주고 돌아와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수 없이 실패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전에 네가 내게 그런 말을 해줘서 그때 큰 위로가 되었어.'라고 했다. 나는 말했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구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한 조각 위로가 되었다는 말에 그 이후로는 무심한 말보다 진심 어린 말을 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가끔은 징징대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가 집에 없을 때 친구의 말을 기억하고 생각에 잠기듯이, 나의 어떤 말들이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살아있을 것을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두려운 이유는 좋지 않은 말들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고, 좋은 이유는 위로를 얻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서툴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도 이것이다.


누군가의 생각에 한 줄의 밑줄이 되는 삶은 특별한 것 같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느끼는 특별함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또 다른 개체가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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