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별의 유영

숨겨진 보물 상자

by 서울경별진

'아빠에게 엄청 사랑받나 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물이 핑 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먹먹한 슬픔은 더욱 짙어졌다. 누군가가 내 마음에 천 킬로그램쯤 되는 돌멩이를 얹고 간 듯이 무거워졌다.


결혼하는 딸을 위해 주말마다 예식장을 직접 둘러보고 오신다는 동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빠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식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아빠의 사랑은 숨겨진 보물 같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열릴 보석 상자처럼. 그것이 보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한 마디 건넨 것이 '아빠에게 엄청 사랑받나 보다.'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나를 통해 나간 순간 나에게는 깊은 슬픔이 찾아왔다. 아빠가 곁에 있었을 때도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러움의 마음을 넘어선 아주 깊은 무엇이다. 아빠는 가족에게 헌신적이진 않으셨다. 그래서 살아계셨다 해도 그런 사랑의 표현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묵묵히 마음 한편에서는 '어쩌면.' 이라던가,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내 가장 기쁜 날에 날 보며 웃어줄 아빠의 환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아빠는 떠나기 전, 마지막 선물로 내 낡은 침대를 바꿔주었다. 아빠는 종종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아빠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내게 침대를 선물해줬다. 나는 아빠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모든 상황들, 그 모든 행동들까지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머리로는 다 알 것 같지만, 이해되지 않는 일들은 무수히 일어난다.


나는 종종 아빠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는 알아채지 못한 아빠의 표현이 무엇이었을지, 그렇게라도 아빠의 사랑을 기억해보는 것이다. 이제는 그 기억들로만 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조금 쓸쓸하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사랑으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게는 평생 숨겨진 보물 같은 사랑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빠의 보물상자 열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깊은 바닷속에 꽁꽁 숨겨버렸나 보다.


지금은 이런 슬픔도 그냥 나를 지나가게 내버려둔다. 하지만 깊이 이어지게 하지는 않으려 한다. 삶이라는 것이 어제는 슬퍼도 오늘은 기쁘고, 오늘은 기뻐도 내일은 슬프기도 한 것 아닌가. 그렇게 오늘을 산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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