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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Aug 31. 2024

동대문 도매 시장 사입 1편

요즘 동대문 도매 시장도 예전과 다르게 발전을 했는데, 도매시장 앱이 있어서 직접 시장을 가지 않아도 쉽게 신상을 받을 수 있다.


신상마켓, 이지픽이라는 앱이다. 일반인에게 도매 시장은 사실 기가 좀 세고, 무서운 직원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처음 시장을 가본 다면 말을 걸거나 샘플을 요청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소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직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 피크 시간에는 사장님들이 직접 있기도 하지만 거의 메인 직원들이 일을 하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있다.


그들의 일터를 보면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주문 들어온 옷들도 사입삼촌이 오기 전에 싸야 하고, 누가 샘플 먹튀 사기꾼인지 파악해야 하고, 물건 값도 체크해야 하고, 밀린 주문이 있다면 공장이랑 소통도 해야 하는 등등 굉장히 바쁘고 힘든 일이다.


요즘엔 쇼핑몰처럼 도매 옷도 직접 모델 촬영을 해서 옷을 홍보하기 때문에 일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나도 이 일을 하면서 시장 직원들과 다툰 적도 많았다.


시장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매장들이 많다. 그래서 일을 할 때 블랙리스트 매장들이 있었다. 주로 옷이 3주 이상 지연되는 매장, 거짓말하는 매장, 연락두절이 습관인 매장, 말이 험한 매장, 품절이 잘 되는 매장이다.


요즘에는 빠른 배송을 해줘야 하는 시대인데, 공장이 원활하지 못해서 물건 수량을 못 맞추는 곳들은 나중에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매장은 말로는 ”내일 나와요. “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매일 미루다가 잠수를 탄다. 쇼핑몰은 배송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를 알아야 고객에게 안내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연락두절 되는 곳들은 문제가 있는 매장이다.


또 우리가 주문한 물건 수량이 나와도 친한 곳에 먼저 옷을 빼줘서 우리 거 수량을 못 맞추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거래처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니다. 거래처 관리도 MD가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시장 사람들은 예민하기도 하고, 남자 직원들은 거친 사람들이 많아서 싸우는 일도 잦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거짓말로 싸웠던 기억을 이야기하자면 매장에 재진행 상품을 확인했을 때 사장님이 진행한다고 해서 사이트에 올려뒀는데, 팔리니까 품절이라고 전달이 왔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재진행한다고 해서 올린 건데 왜 품절이냐고 했더니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업데이트를 했으니 다시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그럴 리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을 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새벽 3시에 전화를 하라고 했다. 이건 누가 봐도 회피하려고 둘러대는 말이었다. 사장님들은 직원보다 전화를 더 잘 받아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장에도 이렇게 특이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착하고 좋은 직원들도 많기 때문에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1년 전에 업무 스트레스로 탈모가 와서 탈모클리닉을 다닌 적이 있는데, 전국 매장에서 원형 탈모가 가장 많은 지점이 동대문 지점이라고 했다. 다들 잘 시간에 일을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아서 원형 탈모가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밤에 일을 하는 것이 몸의 균형을 깨는 일이기도 하고, 시장에서부터 시작된 동대문 매운 엽기 떡볶이나 1리터 커피도 이런 업무 환경 때문에 생긴 것이어서 어느 정도 예민함은 이해하게 된다.


아무튼, 신상 앱은 도매시장의 매장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업로드 해두기 때문에 필요한 옷을 검색할 수 있다. 골라둔 옷들은 택배나 사입삼촌을 통해서 샘플을 받을 수 있는데, 신상마켓을 이용하면 샘플비를 결제하고 받아야 한다.


내 거래처라면 샘플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고, 나중에 업로드 후에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에는 샘플비를 꼭 받는 매장이 늘어나고, 샘플비를 받고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샘플 먹튀 소매자들 때문이다. 옷은 매장마다 가격대가 다 다르기 때문에 컬러 별로의 샘플비만해도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까지 올라가는데, 쇼핑몰을 사칭해서 샘플을 받고 사라지는 사람들 때문에 주 거래처 아니면 샘플을 안주는 곳이 많아졌다.


하지만 주거래처라고 해서 샘플비에 관대한 것도 아니다. 매장마다 다 다르기는 한데, 오래 거래했어도 샘플비가 늦게 들어가면 샘플을 안 주는 곳도 많아졌다.


자주 거래하던 매장에 샘플을 요청했었는데, 이 전에는 샘플비를 받지 않다가 갑자기 샘플을 반납이나 결제를 안 해주면 샘플을 못 준다는 메모를 받은 적이 있었다.


원래는 이런 문화가 아니었고, 대부분 샘플을 지원해 줬기 때문에 처음 메모를 받았을 때는 서운함이 생겼지만 이것도 시대의 따른 시장 업무의 변화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이게 됐다.


요즘에는 대부분이 샘플을 사야 하며, 2주 안에 반납을 해야 된다. 특히, 첫 거래를 틀 때 샘플비에 유독 예민한 매장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샘플비를 떼먹을까 봐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엔 같이 화를 내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달래주거나 안심을 시키고 거래를 이어가려고 한다. 이제는 이런 변화도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시장도 건물이 많아서 밤 사이에 건물을 다 돌기 어렵다. 옷 스타일도 매장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시장을 돌면서 마음에 드는 매장의 호수를 메모해 두면서 다니면 다음에 갈 때 들리기 수월하다.


다들 한 번쯤 동대문 시장 구경을 가봤을 텐데, 도매 시장도 소매 시장과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밤 12시에 오픈해서 다음 날 12시에 폐점하기 때문에 굳이 밤에 무리해서 가기보다는 아침 일찍 사입을 나가도 된다.


나는 아침에 사입을 다녔는데, 밤보다 사람이 적어 서 돌아다니기는 더 편했다. 밤에는 물건을 픽업하는 삼촌들이나 들어온 주문을 싸는 일을 많이 하고, 중국인 사입자도 많아서 인기 있는 매장은 좁은 길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주거래처들이 많이 생기고, 신상마켓에도 들어와 있는 매장이라면 앱을 통해서 간단하게 샘플을 요청할 수 있고, 매장 카톡과 연결이 돼있으면 매장에서도 신상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보내주기 때문에 시장을 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나 인기 많은 매장, 옷들, 트렌디, 계절 바뀜 등을 알아보려면 샘플 사입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시장으로 직접 나가서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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