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MD라는 직업은 솔직히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나이가 비교적 어릴 때는 열정과 패기로 잡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회의감이 든다.
매출이 잘 나와서 상사의 칭찬을 받아 보람을 느끼거나, 성과급등으로 나의 일을 인정받는 다면 그나마 남은 열정을 불태울지 모른다.
하지만 일은 직원들이 다 하는데 매출이 잘 나오면 대표의 능력이고, 매출이 안 나오면 직원 탓으로 돌리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지속되면서 의욕을 잃어 간 것 같다.
내 회사였다면 나이 들어도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할 텐데, 요즘은 다들 쉽게 하는 일이나 간단한 업무만 하려는 흐름이 있어서 회사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오히려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다른 직원들과 비슷한 흐름을 타면서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튀어서도 안되고, 너무 일을 안 해도 안된다.
예전에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책임감도 있어서 열정페이로 막차 시간까지 일하고 가는 날이 많았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도 못하고 그냥 일만 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 새벽 응급실행에 잠도 못 자고 다시 출근을 해도 힘든지 몰랐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당시에 같이 일 했던 직원들이 “그렇게 해도 윗사람들 하나도 안 알아줘.”
그때는 그게 상관이 없었다. 점점 애정이 생겼고, 내 회사 같은 생각으로 열심히 했으나 나중에 그들은 나를 그냥 돈 주고 일 시키는 직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열심히 하려는 생각이 점점 사라졌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며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대표의 히스테리와 함께 이런 말을 들었었다. ”네가 한 게 뭐 있냐?. “
이런 식이니 누가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10년 넘게 같이 일을 했지만 일에 대한 내 진심도 모르고, 모든 것이 다 밟힌 것 같았다. 사실 그때 퇴사를 했어야 했다. 어디를 가도 이런 사람 꼭 있다고 해서 그냥 무던하게 흘려보낸 것이 후회된다.
이 일을 하면서 언제까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수 없이 고민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이 글들을 쓰게 되기까지 많은 것을 되돌아보고 되짚어보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나는 처음에 MD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MD로는 경험이 없었기에 자신이 없어서 CS로 지원하여 입사를 했다. 쇼핑몰은 처음이었기에 그냥 다 재미있고, 신기했다.
CS팀장까지 올라가서 내 자리를 다져놓았을 때 MD팀 직원들이 다 퇴사를 하여 내가 MD팀장으로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그때부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만 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내가 쏟아부었던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못 받았다고 해서 내가 열심히 했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들을 다른 사람이 말로 무너뜨릴 수도 없다.
마흔 살인 MD직원이 있을까? 내 청춘이 이 회사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나도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퇴사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괜찮다. 얼마 전에 아이 둘을 낳은 아이의 엄마가 스마트 스토어로 하루 매출 7~800만 원을 버는 것을 보고 조금의 용기를 얻었다.
그 사장님은 “나도 하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10년간 장롱 면허이다가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은 적이 있었다.
그날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운전을 했는데, “남들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정말 마음가짐인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던지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고, 보람도 느끼고, 인정도 받는 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들을 보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재정의 풍요까지 얻으면 좋겠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MD이든, 쇼핑몰을 오픈 하든 좋아하는 일이라면 뛰어들어 보는 것이 좋다.
열심히 보낸 정직한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