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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Oct 19. 2024

결국엔 고객이 제일 무섭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고객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장사를 하는 사람, 사업을 하는 사람, 직장인 등등 내 일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서로서로가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철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계층에 있는지를 떠나서 사람은 모두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사람들이 백화점에 가면 그냥 백화점 고객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고객은 누구나 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대중적인 부업이기도 하면서 누군가에게는 특권이 될 수 있다.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고객을 선택하기보다 스스로 특권을 부여잡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내 물건을 사주고, 음식을 팔아주는 것은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관계와 규칙을 깨고 스스로 악역을 자초하는 고객들이 있다.


물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보상받아야 할 부분들은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악의적으로 피해를 입히려거나, 무시, 욕설 또는 하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블랙컨슈머다. 사실, 유명한 블랙컨슈머의 경우 대형 CS콜센터에서는 공유를 해서 각별한 케어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이미 몇 번의 악의로 보상을 받아봤기 때문에 스토리를 꾀고 있어서 말이 통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내려고 해서 이런 사람들은 응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CS관련 강의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MD를 하기 전에 CS 업무를 먼저 시작했었는데, 출근 한지 얼마 안 되어 시작한 게시판 문의 업무에 달렸던 악플 같은 글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지금은 서비스업 보호가 시행되어 이런 경우가 많이 줄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일했던 때에는 욕설과 협박, 회사로 찾아와 겁주기 등등의 일들이 많았다.


한 번은 어떤 남자가 쿠폰으로 여자친구 옷을 선물로 구매를 했었다. 그 남자는 여자친구 주소와 번호로 주문을 했었는데, 그 옷이 품절되어 여자친구 번호로 품절 안내가 나갔다.


내용을 몰랐던 여자는 남자에게 물어봤는지, 남자에게 전화가 와서는 심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품절인 것보다 쿠폰으로 선물을 산 것을 여자친구가 알게 됐다는 것이 쪽팔리다고 했다.


쿠폰은 고객들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안내가 꼭 나간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수긍하지 않았고, 전화도 끊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를 찾아와 죽이겠다고 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수십 번을 해도 끊지 않았고, 욕설을 해대는데도 고객이기에 눈물이 나는데도 끊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어떻게 해드려야 화가 풀리시겠냐고 했더니 나보고 죽던지, 퇴사하라고 했다.


알겠다고,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울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나?” 이런 사람이 정말 있다.


또 다른 경우는 불량품이 왔으니 교환은 귀찮고, 보상으로 다른 옷을 보내달라면서 사이트에서 가장 비싼 옷을 골라서 협상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어떤 사람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을 때가 많다.


그때는 온라인 쇼핑이 막 흥하기 시작하는 때여서 주문방법이나 배송비, 쿠폰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온라인 쇼핑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안내를 할 때마다 짜증과 불만이 폭주했다. 지금은 나이가 많은 분들이나 온라인 쇼핑을 자주 안 해본 분들에게만 문의가 있는데, 쇼핑 시스템을 이해시키는 부분이 어렵기 때문에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좋다.


그게 아니라면 서로가 쉽게 이해하고, 해결이 가능한 혜택으로 만들어두는 게 좋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내 물건을 사주고, 예쁘게 잘 사용해 주면 서로에게 해피엔딩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또 구매자 입장에서는 내가 지불한 만큼 좋은 상품과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삶이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처럼 모든 일도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 과정안에서 서로를 조금만 이해하고, 너그러워진다면 불편함은 생길 수 있어도 서로의 감정을 무너뜨리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요즘에도 여전히 CS 전화를 받으면 고객들과 투닥거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적인 대화를 하며 좋게 해결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화를 내다가도 나중에는 사과하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그래도 여전히 악의적인 리뷰를 달아서 보상을 요구하거나, 이미 실컷 입고 향수 냄새나는 옷을 불량이라며 환불해 달라는 사람, 세탁해 버린 옷을 환불해 달라는 사람, 6개월이나 지난 옷을 환불하려는 사람 등등 하루에 1명씩은 꼭 있을 정도로 많다.


CS가 좋지 않으면 재구매를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리뷰글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억울할 때가 있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객에게 끌려다니는 판매자가 많을 것 같다.


고객은 왕이라는 인식이 잘 못 악용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겪은 것을 정리하자면, 서로에게 맡겨진 본분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


판매자는 판매자의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고, 사기나 거짓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팔며, 좋은 상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소비자의 권리를 잘 챙겨서 서로의 선을 넘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


결국엔 고객이 없으면 폐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으니 좋은 상품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지혜롭게 클레임에 대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이 장점과 권리를 악용하지 않는 선한 의식이 생겨난다면 모두가 즐거운 쇼핑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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