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태 내가 꾸준하고, 성실하고, 끈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내가 12년간 한 회사에서 결근 없이 잘 버텨왔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이런 쪽에서는 강하고, 끈질기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회사를 오래 다니면 좋게 봐주고는 했는데, 요즘에는 오래 다니면 물경력이라던지, 월급루팡과 같은 안 좋은 꼬리표가 붙는 것 같다.
사실, 어디 가서 내세울만한 것이 그것밖에 없기도 했다. 겉으로는 이름만 말하면 알아주던 곳이었지만 체계가 하나도 없어 형편없었던 곳이라 내가 있어 보이는 방법으로는 고작 12년 차 직장인이었다는 것 그것뿐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래도 그간의 꾸준함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내가 부지런하다는 것과 아이디어도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를 모른다는 말처럼 나는 생각보다 모르는 것도 많고, 생각보다 부지런하지도, 회사에 다닐 때처럼 아이디어가 샘솟지도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서 돈은 못 벌어도 지치지 않고 일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따라와요.”
이 말이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걸까? 매일 이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몇 달을 바쁘게 일은 했지만 좀처럼 주문이 늘지를 않아서 자책감에 시달리기를 시작했다.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의심이 자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 걸까? 저렇게 해볼까? 이렇게 해볼까? “
나는 작은 디테일들을 계속 바꿔보았다.
“너는 아직 실패한 것도 아니야. 그냥 계속하고 있는 거지.”
아직 실패해서 망한 것도 아닌데, 실패할까 봐 온몸이 개복치처럼 예민해진다.
다시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를 몇 달을 해와도 내가 생각한 그 일은 터지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답답함이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꾸준하면서도 디테일한 꾸준함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테일한 꾸준함.
매일 출근하고, 시장을 들리고, 사진을 찍고 하는 큰 일은 꾸준하게 하지만 디테일한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큰 계획은 있지만 작은 계획은 없거나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격이 일을 하면서도 나타났던 것이다.
디테일한 꾸준함. 작은 디테일을 계속 바꿨던 것. 이게 나의 단점이자 매출을 내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결과가 안 좋으면 바꿔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성과가 나오기 전에 너무 빠른 변화를 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인 것 같았다.
나는 조급함 때문에 디테일을 너무 빠르게 바꾸기를 반복 했다. 이 사실을 알고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다가 변화를 주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고,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이런 디테일을 다시 잡아가다 보니 드디어 매출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회사에서 누군가를 거쳐서 소비자를 만나는 것과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일은 어렵기도 하면서도 두려움도 느껴진다. 내 이름과 내 얼굴을 내걸고 하는 일이기도 해서 일이 잘못되면 나타날 일들이 무섭기도 하다.
얼마 전에 100만 유투버의 6평 지하 2층 사무실이 화제가 되었다. 창문도 없는 곳에 3명이 일을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나는 지하는 아니지만 3평 정도 되는 공유사무실에 창문도 없는 곳에서 일을 한다. 나무가벽에 천장은 뚫려 있어서 환기는 되지만 다른 방의 소리가 다 들린다. 또 좁기 때문에 옷 포장을 할 때는 겨우 일어나서 한다.
일을 할 때는 업무 환경이 중요한 것은 맞다. 안 좋은 환경에 있다 보면 생각도 안 좋아지고, 여기서 내가 탈출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좁은 공간, 환기 없는 곳, 옆방의 소음, 지금은 가난한 자영업자라 "이곳에라도 있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하지만 매일 햇빛 드는 좋은 사무실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엄마의 도시락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출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테일한 꾸준함을 놓치면 안 된다.
오늘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