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경험이 전부다

by 서울경별진

벌써 7개월이 지나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강의나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성공 노하우들도 간간히 보면서 많은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사실, 전 회사에서 해본 일들이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결정만 내리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나의 것을 나의 감으로 해야만 하는 위치로 오니 어려움 투성이었다.


6개월 간 하루에 1개라도 팔리면 마음이 놓일 정도로 1개 팔기가 너무 어려웠다. 나름의 마케팅도 다 해봤는데, 내게는 대형몰에만 있는 충성고객, 단골고객이 없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노출이나 판매로 이어지기가 어렵기만 하다.


단골고객의 중요함은 원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초보 사장에게는 더 간절한 자원이기도 하다.


1개도 못 파는 날에 나의 목표는 하루에 1개만 팔자였다. 1개씩 팔 수 있는 날이 되자 다음 목표는 하루에 5개씩 팔자가 되었다.


하루에 1개, 하루에 5개를 팔아도 생활비도 안 나온다. 그래도 목표를 정해서 하다 보니 루틴이 생기게 되었다. 또 7개월 정도 되자 나름의 배움들이 점차 쌓이고 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강의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노하우가 있구나.”


쇼핑몰 해서 매출 몇억을 번다고 하는 사람들이나 강의를 통해서 매출을 얼마 냈다고 하는 사람들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나라도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 알려줄 수 있는 건 다 알려주지만 내가 경험으로 알게 된 비밀 노하우는 절대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강의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장 매출을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모한 도전만 던져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역시 강의만 듣고 그대로 따라 했다가 악플테러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강의 속 경험들은 내게 맞을 수도 있지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 또한 경험이었다.


나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SNS를 하고 있는데, 조금 놀란 부분이 있었다.


사람들이 정직하게 파는 사람들의 물건을 사기보다는 조금 어려운 척(?)을 하거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는 후원이라고 하면서 계좌에 돈을 보내주는 모습도 보았다.


예를 들면 ‘큰 병에 걸렸는데, 병원비나 생활비가 없으니 도와주세요.’ 라며 계좌를 남기면 정말 도와주는 분들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 후 며칠 후에 그 사람은 이런 글을 남겼다. ‘병이 다 나았어요. 그런데 병이 나았다고 돈을 돌려달라는 분들이 있네요. 돌려드릴게요.’


또는 반말로 ‘과일 이거 일단 사봐. 맛보장할게.’라고 남기는 사장의 과일을 사기도 하는데, 며칠 뒤에 보면 어김없이 ‘과일이 썩었어요. 상했어요. 연락도 안됩니다.’라고 올라온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마케팅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속이는 듯하면서 해야 물건을 팔 수 있는 걸까.그건 정말 아닌 것 같은데.


어느 날은 한 유명 인플루언서의 아동복이 이슈가 되었다. 단순한 질문이었다. ’그 브랜드 어떤가요?‘ 댓글은 순식간에 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옷은 예쁜데, CS가 엉망이에요.’ 90%가 이런 댓글이었다. 그런 댓글 가운데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그래도 예뻐서 또 사요.’


이렇게 계속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옷 재질이나, CS로 상처를 줘도 그들은 돈이 계속 벌린다.


이것이 단골의 위엄이다.


그들은 고객의 불편함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그래도 살 거라는 믿음이 있고, 벌어들인 돈으로 잘 먹고 잘 살아간다.


그러면서 나를 한 번 돌아본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예쁘지도 않고,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고, 자본금이 많아서 옷을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번듯한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라도 못 팔면 어쩌나 매일 전전긍긍하는 보통의 인간. 아주 현실적인 인간의 표본이 아닌가.


가진 거라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꾸준함 그것뿐. 근데 그 마저도 어떤 강의에서 요즘은 성실함이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


아, 나는 그냥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먹고살 걱정만 안 하고 정직하게 꾸준히 좋아하는 일 하며 살고 싶은 게 다인데. 과연 그날이 올지 모르겠다.


옷이 팔리고 포장을 하기 전에는 옷의 불량이나 실밥을 정리하고, 스팀도 다 해서 보낸다.


옷 불량을 확인할 때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전 회사 사장의 친구였는데, 아마도 다른 쇼핑몰 사장이었을 거다.


내가 불량 검수를 하고 있었는데, “불량을 왜 다 확인해? 불량확인은 고객이 하는 거지.“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그러면서 서로 맞다고 히히덕 댔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더 잘 벌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화가 난다.


“옷이 쓰레기 같아도 예쁜 옷 있으면 또 사.”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봤다. 아무리 옷이 별로라고 욕하고 진상을 부려도 예쁜 옷 올리면 또 살 거라고 고객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


하지만 정말 그들의 말대로 옷이 예쁘니 판매는 계속된다.


좋은 옷을 제공하려는 사람들은 마케팅의 부재로 도태되는 것을 보며 답답함은 점점 커진다.


아직은 옷을 많이 팔려는 장사꾼 마인드보다는 소비자, 직장인의 마인드가 더 큰 때문인 것 같다.


이전 회사에서는 매일 직원들에게 매출이 적다고 아껴야 한다고 했었다. 여름에 에어컨 없이 지내본 적도 있고, 에어컨이 있었던 때에도 상사가 지나갈 때마다 끄고 다녔다. 전기세를 아낀다며.


회사에서는 그렇게 돈 아끼라고 직원들을 괴롭혀놓고는 뒤에서는 몇십억짜리 집이나 외제차를 샀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


아니, 왜 심보가 고약한 사람들이 더 잘되는 걸까.


사실, 이런 생각들은 내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내 오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어떻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지를결정짓게 만들 좋은 마인드를 심어줄 생각이라는 것은 안다.


아직도 주문 1개에 허덕이고 있지만 그래도 좋은 옷을 팔고, 고객들과 조금씩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또 직원이었을 때는 몰랐던 배움들이 쌓이고 있어서 통장잔고가 0원이 찍힌 날에도 낙심보다는 도전정신이 깃드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정말 생활비를 벌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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