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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Jan 21. 2021

조금은 쉬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일상 한 단락 일곱, 수많은 물음들이 떠오르는 밤  

"혜원이는 지금,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몇년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한번 틀었다. 한 번 본걸 또 보는건 시간낭비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부쩍 예전에 보았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보곤 한다.



유난히도 지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쫓기듯 일에 치였고, 점심시간은 한시간은 커녕,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이렇게 지내가단, 말그대로 숨이 넘어갈것만 같았다.

조용한 밤, 문득 생각나 켜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초록빛 싱그러운 자연풍경이 화면가득 펼쳐지니 나도 쉼없이 달린 하루의 끝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듯 싶었다.  


몇 년 전, 영화관에서 봤을 땐 그저 풍경이 예쁘고, 맛있는 요리들에 눈이 즐거워지는 영화였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서 다시 본 리틀 포레스트 속에는, 주인공 혜원이처럼 일상에 지쳐있는 줄도 모르고 달려온 내가 있었다. 하루하루 돌아볼 시간 없이,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벌어지는 세계 속에서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노력보단,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끌려다니듯 살게되는 도시의 삶.

성공이 아니라, 그저 평범함을 바라는 것 뿐인데, 그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이렇게 애쓰고, 부단하게 움직이면서도, 과연 이대로 괜찮은지. 문득 수많은 물음들이 떠오르는 밤이었다.


영화를 다시 보고난지 한달 즈음 지났지만, 이렇다 할 정답없이 다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만 있다.

그리고 여전히, 평소보다 조금 더 지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화면 가득히 싱그러운 햇살과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의 끝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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