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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Feb 03. 2021

나는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일상 한 단락 여덟, 스물여덟 일과 생활에 대한 고찰

패션 디자이너, 선생님, PD, MD.. 초등학생부터 지금까지 나의 희망 목록을 거쳐간 직업들이다. 조금더 어릴 땐 하고싶은게 더 많았지만, 이제는 잘 떠오르지도 않을만큼 멀찍이 사라졌다. 대학생 시절 취업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도무지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이상 원하는 곳에서 일하기를 기다리기보단, 일단 해보고 생각해보자 라는 마음에 덜컥 취업을 했다.


첫 직장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일했지만, 계약직이라는 꼬리표가 나를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인재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서 다시, 3개월 간의 인턴생활을 거쳐 마케팅의 한 꼭지에 겨우 발을 담글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두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지금은,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어쩌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게 아닌, 할수 없는 것들을 제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것들의 테두리 안에서 길을 찾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리스크가 적고, 내가 해보았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엮고 엮은것 말이다. 말그대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랄까.


이제는 그냥 나에게 직장이란 적당히 먹고 즐길 수 있는 만큼의 물질적 지원과, 어느정도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소속집단, 그리고 적당한 책임감을 통해 유능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된듯 하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때 다르다던가. 취업준비라는 결핍이 만들어낸 일에 대한 환상들은, 실상 겪어보니 그리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았다. 이렇다할 사명감 보다는, 그저 그 자체로 매일매일 묵묵히 나아가며, 오늘보다는 조금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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