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일기장에다가 이렇게 편지라도 안 적으면,
두 번 다시 안 보려고 할 것 같아서,
그래야 기억 속에라도 남을 것 같아서.
먼저 인사말을 건넬까,
어떤 표정과 말로 마주해야 할까,
예전부터 지금까지의 추억, 갈등의 순간,
삶의 궤적을 그려보았는데,
이제야 뒤돌아보고 이야기하게 되어서.
반복해서 마주하는 외로움과 무력감으로,
너를 억눌렀던 시간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하나둘씩 접으면서,
마음속의 땅굴을 파고 숨어서 외면했던 시간들이,
우리가 쌓을 수 있는 추억들까지 모두 묻어버린 것 같아서.
폭언과 갈등, 쏟아지는 감정들 속에서도,
순간순간 지나왔던 사랑의 기억들을 지나쳐서,
내 속에 쌓인 상처와 감정들을 외면하고
결국은 터져버린 녹슨 수돗물처럼 뱉어내서.
... 그래서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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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부족하고, 혐오스러운 나지만,
사랑으로,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보듬어주지 못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이제 와서 원망해도 후회해도,
사랑과 행복으로 담아내도 충분하지 못한
내 감정의 그릇을,
무관심과,
후회와 질투와,
질책으로 가득 채웠던
그 시간들에 너무 미안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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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 근데 누구한테?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근데 얼마만큼?
맞지도 않는 잣대에 내 삶을 끼워 넣고,
그렇게 살지 못했다고 책망할수록, 집착할수록..
내 현실이 초라해진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이제는 집착했던 것들,
붙잡았던 것들 하나씩 놓고,
내가 못났다는 걸 인정하려고.
나의 과거, 방황과 같았던 삶을 이제는 비우려고.
순간순간 생존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살아가보려고.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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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보다는, 괴롭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사과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정말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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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사랑해.
행복해야 해.
20XX.6.15.
엄마, 아빠, 사랑하는 너,
나의 못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린 시절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