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마음속에는 늘 책을 품고 살아왔지만,
하얀 종이에 내 삶을 옮기려고 하면,
번번이 실패하였다.
부모님한테도, 연인한테도, 나한테도,
매번 실패했다.
실망시켰다.
그런 인생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글은 계속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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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글쓰기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마음속에 차오른 감정, 실타래처럼 얽힌 생각들을
한 글자 한 글자 활자로 옮겨보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내 삶을 곱씹을 때마다
순간순간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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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에는 도서관에 수북이 쌓인 책들을 보면서,
이렇게 본인 생각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구나.
감당하기엔 너무 큰 홍수 같은 생각들 속에서
펜을 들었다가도,
내가 감히 저 책들 속에 한 권을 남길 수 있을까...
매번 괜스레 지레 겁을 먹어 놓고를 반복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애증,
애인한테는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무엇보다 나 스스로 회피했던 시간들에 대한 반성.
그런 생각들을 한편으로 정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결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내 주변에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나한테 무엇을 남겼는지...
아팠든, 좋았든, 슬펐든…
나는 그 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그렇게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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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글을 쓸 때마다 막혔다.
한 줄 제대로 못 써서,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의 반복.
머리를 싸매다
운 좋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럴 때마다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하면서,
순간순간 나의 삶에 대해서 통제해 보고,
계획해 보고, 질서와 방향을 찾아보고,
어떻게든 독립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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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일단은 쓰는 걸 멈추지 않는 것.
쉼표만 무성하게 찍힌 삶에서,
처음으로 내 삶에 마침표 하나를 찍어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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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바쁘고 복잡하게 흘러가서
점점 더 무뎌지는 내 삶에서,
나는 나를 돌아보면서 글을 끄적이면서
살아가는 이유를 조용히 되짚어보고 있었다.
한 번 썼던 원고를 다시 펼쳤다.
마음에 들지 않아 엎어버리고 다시 쓴 흔적들.
과거의 내가 고민하고 끄적였던 삶의 태도를 보면서.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어딘가에 내 흔적을 남겨보려고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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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보려고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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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장, 그리고 쌓여있던 원고들.
하나씩 천천히 열어보고,
천천히 덮었다.
바깥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굉장히 아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