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살아간다면

by 서우

글을 쓰고 싶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마음속에는 늘 책을 품고 살아왔지만,

하얀 종이에 내 삶을 옮기려고 하면,

번번이 실패하였다.


부모님한테도, 연인한테도, 나한테도,

매번 실패했다.

실망시켰다.


그런 인생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글은 계속 쓰고 싶었다.

.

.

.

문예창작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글쓰기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마음속에 차오른 감정, 실타래처럼 얽힌 생각들을

한 글자 한 글자 활자로 옮겨보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내 삶을 곱씹을 때마다

순간순간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

.

.

어느 날에는 도서관에 수북이 쌓인 책들을 보면서,

이렇게 본인 생각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구나.


감당하기엔 너무 큰 홍수 같은 생각들 속에서

펜을 들었다가도,

내가 감히 저 책들 속에 한 권을 남길 수 있을까...

매번 괜스레 지레 겁을 먹어 놓고를 반복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애증,

애인한테는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무엇보다 나 스스로 회피했던 시간들에 대한 반성.


그런 생각들을 한편으로 정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결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내 주변에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나한테 무엇을 남겼는지...


아팠든, 좋았든, 슬펐든…

나는 그 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그렇게 기록했었다.

.

.

.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막혔다.

한 줄 제대로 못 써서,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의 반복.


머리를 싸매다

운 좋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럴 때마다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하면서,


순간순간 나의 삶에 대해서 통제해 보고,

계획해 보고, 질서와 방향을 찾아보고,

어떻게든 독립하고자 노력했다.

.

.

.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일단은 쓰는 걸 멈추지 않는 것.

쉼표만 무성하게 찍힌 삶에서,


처음으로 내 삶에 마침표 하나를 찍어보려고 했다.

.

.

.

너무나도 바쁘고 복잡하게 흘러가서

점점 더 무뎌지는 내 삶에서,


나는 나를 돌아보면서 글을 끄적이면서

살아가는 이유를 조용히 되짚어보고 있었다.


한 번 썼던 원고를 다시 펼쳤다.

마음에 들지 않아 엎어버리고 다시 쓴 흔적들.


과거의 내가 고민하고 끄적였던 삶의 태도를 보면서.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어딘가에 내 흔적을 남겨보려고 했구나.

.

.

.

"그래도 살아보려고 했구나."

.

.

.

.....

일기장, 그리고 쌓여있던 원고들.

하나씩 천천히 열어보고,

천천히 덮었다.


바깥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굉장히 아늑했다.

이전 08화#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