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돌임표

by 서우

“... 우리 이제 그만두자.”


납골당에 방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나는 너의 이별 통보를 받고, 산 송장이 되었다.


얼어붙었다.


너는 나를 바라봐달라고 했다.

시간 되냐고, 통화 가능하냐고, 얼굴 보자고.

나는 그럴 때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연락 문제로 다투는 것도,

쌓인 불만을 털어내고 싶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면,


그냥 묻어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 2년을 외면했다.

.

.

.

속으로는 이미 이 인연이 끝났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고 있음에도, 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자신이 없었다. 고통스러운 진실이 마주하기가 싫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찮다고, 나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살아왔다.

너와의 문제들이 드러나려고 하던 순간마다,

나는 꼴사납게 도망쳤다.


매번 싸우던 어머니,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가면 안 되겠다고,

매번 속으로 다짐하고 되뇌었다.

.

.

.

하지만 너 앞에 서면,

나는 결국 지독하게도 그 사람들을 닮았구나,

씁쓸한 현실을 느낀다.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부족한 걸 탓하듯,

나도 너한테 가지지 못하는 부분을 탓했구나,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질책했구나.


아버지가 일에 매몰되어 침묵으로 일관하듯,

나 또한 일을 핑계로 너한테 이야기하지 않았구나.

너랑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했구나.


마지막으로 너랑 함께한 밤에,

너는 새벽 내내 눈물을 흘렸다.

.

.

.

고통과 실망감으로 가득 찼음에도,

나아게 안아달라고, 잠시 나를 봐달라고.

탁해진 내 눈빛 너머에도 사랑이 남아 있는지,

너는 몇 번이고 확인하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어린 시절,

그 욕조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다.

.

.

.

엄마는 매일 가정과 일 사이에 균형을 잡지 못하는,

무심한 우리 아빠를 책망했었다.

당신이 나를 정말 사랑하냐고 반문하였다.

모르는 체하였다.


나는 그렇게 벗어나고, 회피하고, 숨다가,

내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내가 그토록 닮기 싫어했던 모습을,

너한테 되풀이하고 있었다.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하냐고 물었다.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놓지 못하냐고 물었다.

누굴 믿어야 하나고, 어떻게 살아가냐고,

조금은 진실된 삶을 살 수는 없냐고 물었다.


자다 깨다, 울다, 원망하면서도,

너는 머릿속에 수백 번의 헤어지자는 말을 되뇌면서도.

.

.

.

너는 나를 너무 사랑했고,

나는 너의 악몽이 되어있었다.

.

.

.

너는 결국 떠났다.

.

.

.

남겨진 사진첩에는 너와 3년 동안 쌓아왔던 추억들과

사진첩, 그리고 편지가 있었다.


너는 나의 추한 모습을 용서하면서, 내가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일 때도 당신이 내 손을 붙잡을 거라 믿는다고, 내가 바보여서 당신과 헤어지자고 말 못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당신 없이는 혼자 살아갈 자신은 없고 아직은 너무 사랑해서 조금이라도 곁에 있고 싶다고.


그러니까 당신이 나한테 준 상처까지 책임지면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반성하라고.

.

.

.

마지막으로 남긴 너의 그 편지 옆에는...


낡아서 해진 나와,

내 일기장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전 06화# 제일 좋아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