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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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원도 돌악군의 간담랜드 카지노 근처 경찰서.
발령받은 지 3개월 차가 된 35살 이한결 경장. 올해 진급 예정이었던 한결은 진급이 누락되면서 얼마 전 여름 강원도 돌악군 간담랜드 경찰서로 발령받았다.
이제 2살 배기가 되는 아이를 키운다고 작년 육아휴직을 냈는데 근무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진급이 누락된 것도 서러운데, 복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원래 거주지에서 먼 돌악군 근처 경찰서로 발령받은 것이다.
발령 공문을 받을 당시 화난 기억이 한결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지나간다.
"청장님,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돌악군 간담랜드 발령은 재고해 주실 수 있습니까? 가족들도 그렇고 여건이 석연치 않아서 말입니다."
청장에게 면담 요청을 하고 사무실에 찾아갔던 날. 마음 같아서는 책상을 치며 소리치고 싶었다.
'아니, 청장님. 복직한 지 얼마 되지도 안 됐는데 돌악군 간담랜드 근처가 말이 됩니까? 제 가족은 어떻게 하고요. 이건 아니지 않나요?'
강 청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사무실 모니터를 보며 대답했다.
"한결아, 너네 선배들도 다 겪었던 일이야. 거기 결원 나서 그 자리를 누가 채워야 하는데 너만 한 적임자가 어디 있냐. 경험 삼아서 다녀와."
경험 삼아서 다녀와라. 웃기는 말이다.
돌악군 간담랜드 카지노 근처 경찰청은 사건 사고로 24시간 돌아가는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곳이었다.
카지노 때문에 재산을 잃어서 자살 기도를 하는 민간인의 신고전화, 싸움 중재, 그리고 각종 민원들...
업무 강도뿐만 아니라 한결이 근무했던 경기도 광주에서 편도 3시간 떨어져 있는 거리라 가족들과 멀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한결한테는 마치 이렇게 들리는 듯했다.
"한결아, 까라면 까. 꼬우면 옷 벗고."
담배를 태우면서 한결은 한숨을 팍 쉬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통장 잔고를 본다.
급여 통장 잔고: 27,543원
월급날이 2주나 남았는데 벌써 이것밖에 안 남았다.
월급 300만 원. 세금 떼고 실수령액 230만 원.
경기도 광주에 전세 집을 구하기 위해 빌린 대출 이자가 매달 80만 원씩 빠져나갔다. 거기서 생활비 150만 원 주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이게 현실이었다. 신용대출 8천만 원, 마이너스 통장 2천만 원.
핸드폰을 꺼내 증권 앱을 열었다.
보유 종목 : 북소유업, 삼송전자
평가 금액: -1000만원
예수금 : 253원
웃음이 나왔다. 아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는데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 벌려고 내가 경찰을 하는 건가.'
진급을 하고 올라가는 월급으로 충당해도 부족한 마당에, 아이가 생기면서 큰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니 경장 5호봉 연봉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얼마 전에는 키우던 고양이도 병이 들어 수술비가 급작스럽게 나갔다. 대학생 때부터 함께하던 고양이 순무도 어느덧 열두 살이 되어 늙고 있었다.
"여보, 수술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어. 한 2000만 원 정도..."
아내가 슬픈 표정으로 한결을 쳐다보았던 것을 한결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돈이 문제다. 그놈의 돈이.
간담랜드 근처 경찰청에 발령받은 직후, 선배 박 경위의 조언이 떠오른다.
"우리 선임 중에 박카라라고 있었어. 경찰가수로 좀 유명했던 사람. 너 오기 전에 퇴직했는데..."
박 경위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그 형이 간담랜드 때문에 옷 벗었어. 바카라로 천만 원 따고 맛 들렸다가 결국 발각됐지. 퇴직금 2억까지 몽땅 날렸다더라."
"2억을요?"
"응. 지금은 간담랜드 주변에서 무료 도시락 얻어먹고 산대. 파산신청 하고도 정신 못 차리고 주변을 떠돈다고 하더라고."
한결은 믿기지 않았다. 경찰이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다니.
"나도 같이 근무했을 때는 몰랐어. 그 형이 그렇게 될 줄은. 멀쩡한 사람이었거든. 근데 한 번 맛을 들이니까 못 끊더라고. 이제는 우리 바닥에서 유명해. 너는 그러지 마. 안 그러겠지만."
한결은 스마트폰 키고 검색창에 타이핑했다.
'카지노 바카라 규칙'
'카지노에서 돈 버는 방법'
마지막 검색 결과를 클릭했다.
한 블로그 글이 떴다.
"마틴게일 베팅법: 지면 2배씩 걸면 결국 이긴다."
한결은 생각했다. '나는 박카라 선배와 달라.'
그러면서 한편에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의 자동차에 숨겨놓은 비자금 70만 원이 떠올랐다.
'그냥 돈을 좀 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