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 기분 탓일까?(feat. 강아지)

by 서우림

우리집은 아내와 나 이렇게 두 사람이 산다.

하지만 강아지도 한 마리가 있으니 세식구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뱃속의 새싹이가 10주가 넘어 태아가 되었으니 정확히 네식구가 살고 있다.

우리집 강아지는 처음부터 나보다는 아내를 좋아했다. 아무래도 더 살갑게 대해주고 더 많이 손길도 주고 산책도 많이 나가서 그런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녀석은 내가 움직일 때 종종 짖기도 하고 으르렁 거리며 쫓아오기도 한다. 출근을 할 때든 잠시 나가려고 할 때든 현관 근처로 가기라도 하면 더 심하다.




그런데 내 기분 탓일까?

아내가 새싹이를 임신한 이후에 더 심해진 것 같다.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아내가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가면 얼굴을 빳빳이 들고 꼬리를 흔들며 “왕왕” 짖는 게 심해진 듯하다. 뭔가 아내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듯이 그러는 것 같다. 내가 녀석의 마음을 모르니 오로지 내 추측이긴 하다.




아내와 나는 잘 때 강아지도 같이 잔다. 침대에 뛰어 올라와 아내와 나 사이에서 잠을 청한다. 얼굴 사이에 있기도 하고 다리 사이에 있기도 하며 왔다 갔다 하며 잠을 잔다. 녀석은 이불속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계속 그러는 것은 아니고 처음에 좀 그러고 있다가 나와서 본인이 좋은 위치를 잡아 철퍼덕 누워서 잠을 잔다. 그런데 요즈음 가만히 보면 처음 이불속에 들어갈 때 아내의 배에 몸을 기대고 엎드려 있다가 이불 밖으로 나온다.

이것도 내 기분 탓일까?

뭔가 보호하고 소통하는 느낌?




나중에 새싹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반겨주고 친해지려고 저러는 걸까? 양가 어르신들은 걱정도 하시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 분명히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혹시 나만 빼고 셋이 친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것도 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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