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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리모델링

시련의 인테리어에서 삶의 조화를 배우다

by 운채
"사랑한다고 결혼했는데, 소파 색깔 하나로 이렇게 싸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해, 상담받은 신혼 3개월 차 부부의 첫마디였다.



갑작스러운 SOS 전화

남편의 기존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매일 카톡으로 현장상황을 공유하며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던 중 갑자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표님!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목소리가 기운이 없어 보였다. 혹시 공사에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소파 하나 고르는데 일주일째 싸우고 있어요."



그레이 VS 베이지 : 취향을 넘어선 대립

신혼부부들은 '우리 집'이라는 개념에 대한 로망이 크다. 각자 머릿속에 그려온 이상적인 집의 모습이 있고, 그것이 완벽하게 구현되기를 바란다. 문제는 두 사람의 '완벽한 집'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아내가 원한 소파는 깔끔한 그레이칼라의 금속 디테일이 돋보이는 3인용 가죽 소파였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현실을 고려해서 관리가 쉬운 색상과 재질을 선택하고 싶은 것이다. 즉, 호텔처럼 세련된 미니멀 스타일을 추구했다.


반면, 남편이 고른 소파는 따뜻한 느낌의 베이지 색 패브릭 소파베드였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온 집의 아늑함과 편안함, 누워서도 TV를 볼 수 있는 기능성이 가미된 소파였다. 즉, 휴식의 기능으로써의 편안한 코지 스타일의 대립인 것이다.



가구점에서 터진 첫 부부싸움

토요일, 바쁜 부부의 일정을 맞춰 가구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주말 휴식의 달콤함을 버려야 했지만, 소파는 인테리어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직접 나서기로 했다. 간단히 커피 한잔을 마시고, 소파 전시장으로 향했다. 첫 번째 매장을 돌아보고 두 번째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그 사건이 시작되었다.


"오! 저 소파 정말 우리 집에 딱인데!!" 아내가 출입구 근처에 전시된 소파를 보며 흥겹게 말했다.


"저게 뭐가 좋아?!! 너무 딱딱해 보이는 데, 칼라도 사무실 소파 같잖아 "남편이 투덜대는 어조로 받아쳤다.


"당신은 내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아!" 갑자기 아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혼하면 남들은 다 아내한테 양보한다는데 당신은 왜 그래?" 아내의 화난 목소리톤이 내려갈 줄 몰랐다.


나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매장 직원과 다른 고객들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그때는 둘 다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 남편과 아내의 표정과 목소리가 더 큰 싸움을 예견하는 것 같아 서둘러 매장을 나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일단 후퇴하기로 했다.



타협이 아닌 새로운 해답 찾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사실, 그레이와 베이지가 적절히 섞인 '그레이지' 컬러를 제안할 수도 있었다. 그레이지란: 그레이 + 베이지의 합성어로 두 칼라가 섞인 컬러 조합을 말한다. 하지만 내가 먼저 제안하면 혹시 살면서 후회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부가 타협안을 갖고 오길 기다렸던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소파디자인과 그레이지 계열의 칼라를 몇 가지 골라 사진을 보냈다.


화해와 깨달음

그 일이 있고 난지 3일쯤 지난 후 전화가 왔다. "그날은 정말 죄송했어요!" 아내가 미안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생각해 봤는데, 대표님이 골라주신 소파 중에 하나를 남편이랑 상의해서 결정했어요!" 금세 밝아진 목소리였다..


"그날 집에 와서 서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남편도 그레이가 싫은 게 아니었더라고요. 그냥 우리가 서로 기싸움한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베이지가 싫은 것보다는 남편에 나에게 맞춰 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


아내가 보내준 사진은 그레이와 베이지의 중간인 '그레이지'컬러에 관리가 쉬운 가죽소파였다. 솔직한 마음을 전해준 아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신혼집에서 찾은 진짜 의미

이후 신혼집 인테리어는 훨씬 순조롭게 진행됐다. 거실의 메인컬러에 영향을 주는 소파색이 결정되자, 나머지 마감재와 조명, 선반의 컬러가 소파를 중심으로 일사천리로 마감되었다.


인테리어가 끝나고 가구까지 세팅된 후 인테리어 사진촬영을 위해 방문했다. 문제의 그 소파는 인테리어와 전체적인 톤 앤 매너가 잘 어울려 온라인에도 많이 공유 됐다고 한다. 카메라로 보는 부부의 공간은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었다.


"두 분의 신혼집 인테리어 노하우를 여쭤봐도 될까요? 아내는 웃으며 수줍은 듯 말했다.

"처음엔 신혼집 인테리어 트렌드에만 신경 썼어요.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제일 중요한 건 우리 둘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였어요"



신혼집 인테리어 노하우 3가지

1. 급하게 결정하지 마세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의논하는 게 중요해요.

2. 서로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세요!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서 꾸며야 둘 다 만족해요.

3. 완벽을 추구하지 마세요.

살아가면서 하나씩 추가하는 재미도 있어요.


1년 후의 안부

얼마 전 그 부부에게서 안부 인사차 연락이 왔다. 곧 첫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며, 아이방 인테리어 상담을 해온 것이다. 내가 물었다 "또 싸울 준비되셨나요?"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집을 꾸미는 것부터 시작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결혼생활의 예습 편이 아닐까?


"신혼집에서 중요한 것은 소파 색깔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그 소파에서 10년 이상을 함께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신혼부부가 겪었던 소파 색깔 전쟁은 결국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펜트하우스 부자의 평안함, 밀레니엄 데뷔작의 숨겨진 불안정함, 그리고 75만 원 인덕션의 기적까지... 모든 현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원리가 충돌하거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이 현상들을 35년간 관찰하며 패턴을 찾아냈다.


그 원리는 바로 동양의 오랜 지혜이자 공간의 근본 에너지인 '오행(五行)이었다. 물(水)의 안정, 흙(土)의 무게, 불(火)의 열정, 나무(木)의 생장, 금(金)의 정리. 이 다섯 기운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돕고 때로는 서로를 힘들게 하며 우리의 운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제 공간과 삶의 사례는 충분하다. 다음 장 '흐르는 공간, 변화하는 운명'부터는 35년의 경험으로 집약된 공간 오행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해부한다. 당신의 집과 운명을 바꾸는 가장 근본적인 비밀을 지금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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