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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북 Jan 02. 2024

커피를 마십니다 - 믹스 커피편

믹스 커피 한 잔에 추억을 담아

벌써 새해가 밝았다. 더불어 기다리던 방학이다. 여유 있는 하루를 믹스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 본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마신다. 끓인 물을 컵에 조금 담아 헹궈버린 후 믹스 커피를 타면 컵이 데워져 평소보다 더 따뜻한 믹스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왜 많은 커피를 놔두고 믹스 커피냐고 묻는다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잠든 가족을 새벽부터 깨우는 시끄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또, 믹스 커피가 주는 따뜻함과 달달함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뜻한 커피는 요즘처럼 추운 겨울, 이불속에서 막 나온 으슬으슬한 몸을 담요처럼 포근하게 감싸준달까. 그러면 아침에 글을 쓰며 더 힘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우리 집엔 많은 커피 머신이 존재한다.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남자 친구이던 시절, 커피 관련 물품들을 기념일만 되면 선물했다. 핸드 드립 머신, 콜드 브루 머신, 모카 포트, 네스프레소 머신, 네스프레소 버츄오 머신, 원두 전자동 머신까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추억이 가장 많이 깃들어있는 걸 꼽으라면 단연 믹스 커피일 것이다. 그다음이 네스프레소 머신, 전자동 머신… 이겠지만. 아마 나는 20대 기억이 풋풋하게 남아있는 믹스 커피를, 영원히 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보통 커피를 마시게 되는 과정은 한 번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보다는 커피 우유 - 믹스 커피 - 캐러멜 마키아토 - 카페라테 - 아메리카노의 수순을 거친다고들 말한다. 나 또한 이 코스를 정통으로 밟았다.



그중 믹스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던 시절은 대학생 시절이다. 임용 고사 준비가 곧 취업 준비였던 학과 특성상 친구들과 나는 학교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있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밥 - 도서관 - 밥 - 도서관의 계속되는 반복 속에서 나의(아마도 우리의) 유일한 낙은 자판기 커피였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에 잠을 깨자는 이유로 꼭 한 잔씩 마셨고, 공부를 하다가도 지치면 도서관에서 나와 수혈을 받듯 기력을 믹스로 충전했다. 친구들과의 수다도 “커피 마실래?”라는 한 마디로 시작되었는데 이 때도 커피는 무조건 믹스였다. 아마 가깝고 맛있고 저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마저도 공부하기 싫은 마음에 아껴마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의 친구들이 아직도 남아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어찌 보면 친구에, 임용 합격까지 전부 믹스 커피 덕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을 이유로, 또는 설탕을 구실로 믹스 커피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는 커피 사냥꾼답게 원두커피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믹스도 애정한다. 마치 여러 아이가 각기 다른 이유로 소중한 것과 같이. 추울 때에도, 일 중간에 쉼을 가질 때에도, 손님을 맞이하기에도 적당한 양과 따뜻함을 지닌 아이. 가끔은 이러한 이유로 카페에 가기보다 집에서 믹스 커피를 찾는다.



그러니까 올 겨울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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