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우간다 너 부럽다?
가위바위보를 모른다고???
세상은 넓고, 내 세상이 다가 아니었다.
우간다 사람들의 인생에는 가위바위보가 없다.
가위바위보 없이 어떻게 승패를 가리나. 어떻게 타협을 보나.
이 간단하고 완벽해 보이는 도구가 없는 삶이라니!
그래서 그들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걸까.
그래서 우간다 학교는 우리보다 성숙한 토의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잠시 후, 임시 직원회의가 있겠습니다."
엊그제, 교감선생님께서는 야심차게 전체 회의를 소집하셨다.
이렇게 전체 교사에게 의견을 묻는 자리는 처.음. 이었다.
"다면평가 변경사항은 이러이러합니다. 의견 있으십니까?"
"..."(선생님들 상황 파악 잘 안 되심)
"그래서 미리 양해를 구해본 결과, ~~~ 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회의를 하자는 것이 맞는지... 안건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교직원 의견을 정말 구할 의도가 있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었다.
토의를 해보려는 시도는 너무 감사했다.
토의가 있는 교직원 회의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 모두 경험이 없다. 그저 부족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간다가 너무 부러웠다.
협의회가 살아있다. 무엇보다 협의회에서 선생님들이 살아있다!
"오늘 HoE에서 구급상자를 선물해줬어요. 감사드립니다."
"한 번 열어봐요." (선생님들 환호성)
(사회자가 내용물을 하나씩 꺼내어 높이 들어 보인다.)
"뒤에서 잘 안 보여요. 무엇인지 말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요. 이건 붕대. 이건 소독약."
"와우~"
(박수가 나온다.)
따뜻했다.
사회자가 리더의 역할은 하지만, 일방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았다.
높은 직위 선생님께 무언가 요구하기 죄송하여 가만히 있는 것 따위의 상하관계도 없었다.
평등하게 이야기하고, 받아들여지고, 회의에 대화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걸 수 있는데, 부러웠다.
우리도 학교에 교직원 회의라 명명된 회의(?)가 있지만, 전달 형식이니까.
이상하게 학교 행사에서 식순을 소개하면 너무 형식적이게만 느껴지는데,
나의 영어모임 토스트마스터즈나 우간다에서 회의절차를 공유하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고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그 과정이 구성원들 하나 하나를 연결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모두 아는 얼굴이고, 모임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서로 다 안다.
그래서 그냥 회의를 바로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녕하세요. 저는 학교배움공동체에서 회계를 맡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와 같은 인사말을 한 명씩 돌아가며 한다.
자신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확인하는 순간이자, 서로의 연결을 확인하는 순간으로 느껴졌다. 또 우리같은 손님을 존중해 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이렇게,
형식을 갖추면서도 경직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회의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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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말하기 좋아하는 우간다 선생님들께서는 자기 소개하다가 이 말 저 말하며 이야기가 길어지곤 한댔다. 정말 그런 모습을 보기도 했고. 호호 . 그래서 자기소개와 인사말만 절반 하고 회의를 절반밖에 못하는 것과 같은 곤혹을 겪기도 여러번이었댔다. 이 정도의 회의문화가 자리잡아가기까지 HoE 현지팀의 부단한 지원이 있었으리라. 회의를 살려내는 우간다 선생님들의 특성과 능력도 빼어나지만, 회의의 기본 틀을 제공하고 자리를 열어주는 HoE 현지팀을 진심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 선생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신다.
"교실 뒤편에 앉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한국에서는 어때요? 한국 교실에서도 뒤에 앉은 학생들이 집중하기 어려워하지 않아요?"
"맞아요."
"그러면 한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요?"
순간, 한국 선생님께서 '너네도 그렇잖아. 너네는 잘해?'하는 공격인가 싶었다고 하셨다. 그러나 우간다 선생님은 문제 해결로 주제를 이끌어가며, 이것이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질문이었음을 이내 보여주셨다.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뒤에 앉으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럼 뒤에 앉는 친구가 계속 뒤에만 앉게 되는 일을 좀 줄여야한다고 생각해요.
우간다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앉고 싶은 자리에 자유롭게 앉는 것 같아요. 맞나요?"
"그렇죠."
"한국은 대부분 교실에서 학생들이 정해진 자리에 앉아요.
그리고 제 교실은 한 달에 한 번 자리를 바꿔요.
그때 뒤에 앉던 학생들이 앞으로 와서 앉도록 자리를 지정해줘요.
그렇게 교실 앞 뒤에 골고루 앉도록 해요."
"그렇군요. 그러면 한국은 학생들 자리를 선생님이 다 정해주나요?"
"저 같은 경우는, 짝꿍은 제비로 뽑고, 앉는 위치는 교사가 정해줘요."
"흠,,, 짝꿍을 제비로 뽑는 건 조금 그래요. 학생들이 원하는 사람과 앉는 것은 지켜주고 싶어요."
"음,,, 그러면 짝은 앉고 싶은 사람과 앉되, 앉는 자리는 교사가 정해주는 건 어때요?
그리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뒤에 앉던 학생들이 앞으로 오는 거죠.
이 정도의 교사 개입은 괜찮다면요."
"음 좋은 생각이네요! 우리도 그 방법을 채택해보겠어요!"
멈추지 않고 다른 선생님들이 의견을 덧붙이신다.
"그런데 키 큰 학생이 앞에 앉으면 뒤에 앉은 학생이 잘 안 보이지 않을까요?"
"음, 키 큰 학생은 교실 가장자리 쪽으로 앉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좋습니다."
이 토의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호호.
뒤에 앉은 학생이 집중을 못 한다, 뭐 다 그런거 아니냐에서 출발해 적절한 교실 자리배치로 오기까지.
찬성 반대가 오가는 과정에서 뭔가 정반합의 희열(?)을 느꼈달까.
반대의견을 낸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거절이 아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임을 체험한 순간.
다른 데서라면 몰라도,
'학교' 협의회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참 신기하고 좋았다.
이런 토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
우리 학교도 이러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업무 정상화를 외치며 민주적인 토론문화 정착을 추구한다.
학교는 아직 이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갈 길이 멀다. 혁신학교들은 어떨까. 궁금도 하다.
그래도, 학교에서 조금씩 변화는 시작되어가는 것 같다.
비록 아직은 우간다가 부럽지만, 언젠가 우리도 살아있는 협의회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날이 오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