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워크샵, 그리고 그 후
영국의 크리스마스를 느껴본 건 내 인생의 손꼽는 행운 중 하나다.
뭐라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따뜻하고 풍성하고 유쾌한 그 무엇은
매년 12월이면 그 때로 돌아간 것 처럼 내 맘에 몽글몽글 피어났었다.
그런데 올 해는 마음이 조금은... 예전 같지가 않다!
세어보니 어느새 7년 전.
어찌보면 7년 전 크리스마스 기운으로 6년을 신나게 즐긴 것도 대단하다고 여겨야 할까.
우간다에 다녀온 것도 내 인생의 손꼽는 행운 중 하나다.
뭐랄까 연결과 자유, 열정과 성찰 그 어디쯤의 이 무엇은
잔잔하게 마음속에 남아있다.
이런 우간다 스피릿에 충만한 채로 글쓰기를 시작한지도 어느새 네 달!!!!
야심차게 15편을 쓰겠노라 시작했지만 오늘 9편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다.
아쉽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2주 남짓 경험을 무려 9편의 글로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것일까.
계획했던 나의 야심찬 15편을 소개하자면,
첫 4편은 내 개인적인 경험
다음 5편은 우간다와 한국 교육의 여러 측면을 비교하며 적고 싶었고
마지막 4편은 우간다에 우리가 보내진 궁극적 목적인 "워크샵"에 대해 자세히 적고 싶었다.
(그리고 번외 두 편 ! )
그러나 나의 또 다른 행복을 위한 일련의 게으름과(랄랄라~) 사이좋게 악수한 결과,
핵심 중의 핵심! 워크샵 부분을 통째로 날리게 되었다!!!!! 꺅!!!!!
우리가 거기서 무얼 어떻게 하고 느끼고 공유했는지는
으으 이 사진으로는 한 1정도 밖에 설명이 안 된다 *. *
그래서 :)
팔방미인에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진짜배기 고수님 조현아 선배님의 워크샵에 대한 글을 공유한다.
1.진로와 리터러시 세션 (STIC 팀장님이랑 내가 리딩한 세션 이야기가 있음! ㅎㅎ)
http://blog.naver.com/jjojjo82/220789920729
2.평가와 드라마 잉글리쉬, 긍정훈육법 세션
http://blog.naver.com/jjojjo82/220790147668
3.선배님의 전반적 성찰과 통찰
http://blog.naver.com/jjojjo82/220791001722
여기까지. :)
그래서,
그 과정에서 우린 무엇을 얻었냐고?
훔..... 팀스쀠릿??? ㅎㅎㅎㅎ
워크샵을 마치고 우린 여행길에 올랐다
깜깜한 밤을 끝없이 달리는 봉고차
멍하니 음악을 듣는다
보통 멜로디만 듣는 나인데, 이상하게 가사가 들린다
I don't have to be Bob Marley ♬
~~~ in harmony ~~~ ♬
밥말리 레게풍 노래다.
이상하게 가사를 따라 나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I don't have to be Seoyeon♬
~~~ in harmony ~~~ ♬
이 팀이라면 내가 드러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
어릴적, 김서연'답게' 살겠다며, 항상 나 자신을 더 찾고 나를 더더 나답게 만들어나가려고 했던 나였는데,
그냥 팀의 일원으로 김서연이란 이름은 없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다니...
나중에 검색해봐도 이 노래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
어쩌면 밥 말리 노래가 아닐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밥말리 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돼~하는 맥락에서 무명의 가수가 부른 노래일수도? 어쨌든.
어쨌든.
정말 부끄럽지만,
교사가 된 후 내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좋다하는
이런 팀스피릿을 느껴본 협력은 처음이다.
각자 역할을 조각조각 분담해서 하는 것 말고 진짜 우리가 '함께 일을 했다'하는 협력. 처음이다.
박자연 대표님이 그려셨다.
"무슨 '놀이'나 '활동'을 해야 팀빌딩이 되는 게 아니고,
실제로 어려움을 같이 겪고 나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면 저절로 레포가 형성되고, 팀빌딩이 된다."라고.
정말 그러했다.
사실 팀스피릿이란 단어에 꽂히게 된 것은 우간다 선생님의 저 문장에서부터였다.
학교에 배움공동체를 잘 살려가며 성장해가는 우간다의 한 선생님께서
지금까지의 여정과 성과를 설명하실 때
이건 우리의 스피릿이라고 하신다. 우리 팀이라고 하신다.
우간다 선생님들이 과정 과정에서 느끼는 그 팀, 스피릿이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일까
우린 각각의 팀 안에서 비슷한 것을 느끼고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에 돌아온 후, 우리는 바쁘고 정신없고 업무에 치이는 학교로 복귀했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왔던 우간다 STIC 사후협의회 겸 보고회를 하던 날.
나는 좌 순영쌤 우 시현쌤을 두고 앉았다.
워크샵 기간동안 우리가 했던 것, 워크샵의 강점, 보완할 점, 앞으로의 방향성, 느끼고 생각한 것 등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다.
순영쌤이 이야기 한다.
이야기하다보니 순영쌤 눈가가 촉촉해진다.
시현쌤도 이야기 한다.
이야기하다보니 시현쌤 눈가가 촉촉해진다.
이 사람들.
진심이잖아.
반했다.
힝.
교육이나 학교 또는 사람들에 대한
열정이나 사랑 또는 진심 그 사이 어딘가 쯤에 있는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따뜻한 그 무엇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내게도 힘을 불어넣어준 것 같다.
뭐 정신없는 학교에서 살다보면
좌절도 하고 스트레스에 화도 나고 상처도 받겠지
그럼에도 그냥 내 맘에 남아있는 이 작은 불씨같은 따뜻함이 -그 스쀠릿 뭐시깽이 같은 그 무엇이-
또 내 일상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어 주겠지
^^
- 2016 우간다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