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벌써 아이들이 방학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방학을 하면 뭔가 새로운 일을 더 해봐야지, 여행도 가야지, 책도 많이 읽어야지, 글쓰기도 열심히 해야지, 집안도 깨끗하게 정리해야지 하며 머리로는 온갖 계획들을 세웠건만 돌이켜보면 말 그대로 방학. 계획도 집안 일도 모두 진전된 것은 없었다.
아이들에게는 방학 동안 책도 많이 읽어라, 공부도 열심히 더 해라 등 잔소리 폭탄을 했던 엄마지만 결국 엄마인 나는 무엇을 열심히 했었는지. 그나마 나름대로 의미 있게 한 일은 남편의 새로운 일 준비, 수학연수를 열심히 받았던 일, 학교에 가끔씩 나가서 일을 한 것, 2월에 있을 우리 반 아이들 졸업식 준비, 수많은 책정리뿐이다.
방학 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아무 의욕도 없고 귀찮니즘만 생겨버렸다. 바쁘고 힘든 학기 중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청소도, 빨래도, 해야 하는 일도 미루는 일이 없었건만 쉬는 게 더 익숙해져 버린 요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게으름병이 생긴 것 같다. 하물며 브런치글마저도 2022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무려 한 달 동안이나 방학에 들어갔으니 게으름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몸도 마음도 너무 쉬니 나의 뇌상태도 stop 상태다.
다음 주에 드디어 개학을 한다. 한참을 쉬다가 학교에 출근한다고 하니 힘들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학교에 나가는 것이 집에서 쉬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다. 어느 때보다도 정신없는 2월이 되겠지만 바쁜 하루하루가 나에게 생기를 북돋아줄 것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멈춰버린 나의 뇌활동도 브런치 글쓰기도 다시금 시작될 거 같다.
방학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계획이 시작되는 2월.
열심히 해보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