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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클레어 Feb 26. 2020

EP12.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MBA 여름 인턴십을 구하다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기분은 기분이고 여전히 학기 중이기에 할 일은 태산이지만 내일의 숙제는 뒤로 하고 지금은 지금의 느낌을 블로그에 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마지막 블로그를 쓴지도 두 달이 됐네. 그만큼 정신없이 보내왔던 것 같다.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턴십 리크루팅이 2월 말에야 마무리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어도비(Adobe) 에서 그로스 마케팅 롤로 인턴십 오퍼를 받아 6월부터 8월까지 일하게 될 예정이다.


그간 100개는 넘게 지원한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방향성이 안 맞아서 패스한 것들이 있어서 총 77개를 지원했다. 그 중 인터뷰로 넘어간 건 Facebook, Salesforce, Adobe, Amplitude 네 군데. 면접은 총 8번. 광탈도 많았고 감감 무소식인 곳도 (악명 높은 테크인만큼) 정말 많았다. (참고로 작은 회사들도 지원 많이 했는데 역시 광탈 혹은 무소식.. 그런 곳이 오히려 딱 맞는 사람 아니면 뽑히기가 힘들거나, 어쩌면 내가 너무 스타트업 경험만 해서 오히려 다른 경험의 지원자가 오기를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오랫동안 MBA에서 테크 리크루팅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정작 내 리크루팅이 성공하지 않고 있으니 마음의 여유도 없고 참 쓰기가 힘들었다. 앞으로는 찬찬히 좀 더 자세히 써보고 싶다. (사실 이미 정보 제공식으로 글을 써 둔게 있는데 일단 저장만 해뒀다. 이 글에서는 내가 느낀 바를 중심으로 말하고 싶다)



쉽지 않다

고 말하는 게 겸손인지 교만인지 모르겠다. 다만 MBA를 오기 전에, '와서 열심히 하면 영어도 늘고 어떻게든 인턴도 구하겠지.. 블로그 보니 이 분도 구하고 저 분도 구했네~ 토종이라도 일단 부딪히면 되는거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게 말로만 보면 맞는 말이긴한데 그 과정이 정말 녹록치 않다. 지나고보면 쉬운 얘기지만 말이다.


유학생활을 했던 분이라면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토종이라면 1)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소셜라이징 하고 하는 것들이 쉽지 않고 2) 영어도 생각보다 빨리 안 늚. 여전히 리딩 리스닝은 괜찮지만 스피킹 라이팅은 어려움. 특히 말하는 거. 어떤 날은 말 잘 나오다가도 어떤 날은 6개월 지났는데도 식은땀 나고 버벅대면 대체 내 영어가 늘긴 는건가 싶음. 3) 그 와중에 네트워킹하고 인터뷰 하면서 끊임없이 똑똑한 친구라는 인상을 줘야 함. 아니 말이 안 나오는데요 ㅋㅋㅋ


결국 영어 영어 영어. 적응 자체도 힘든데 인터뷰에서 쟁쟁한 다른 친구들을 제치고 심지어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하다니.... 예상치 못한 인터뷰 질문 하나에도 버벅거리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한가 싶고 걱정이 많았다. 한국에 있었으면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인재였는데 (그랬기를 바람)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나 싶고... 각종 스트레스성 질병이 다 거쳐가고 수면 유도제에 기대 잠이 드는 시간들이 생겨났다. 주변에서 하나 둘 인턴십 사인하고 같이 여행다니며 놀고 있는 친구들 보면 나도 모르게 FOMO 마저 들곤 했다. (합격하기 직전 주말에도 성당에서 긍정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생각해보면 정작 기분이 막 엄청 슬펐다거나 화났다거나 이런 날들은 며칠 안되었던 것 같은데 그냥 전반적으로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11월 당시의 글: https://brunch.co.kr/@seoyoungcla/145


그래도 가능하다

동시에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은 건 결국은 나 또한 다른 분들이 남겨 둔 포스팅을 보며, 그래도 하다보면 되겠지 하고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은 영업하듯이 꾸준히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멘탈관리. 인터뷰 결과는 정말 예측하기가 힘들다. 나는 개인적으로 Salesforce 면접을 제일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진심 내가 인생에서 본 영어 인터뷰 중에 제일 잘 본 거 같았음) 떨어졌고, Adobe Spark 는 4개 인터뷰 중 앞의 2개는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다음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전화로 합격 소식을 전달 받았을 때는 정말 말이 안 나올 지경으로 기뻤다. (어쩌면 MBA 붙었을 때보다 더 기뻤던 것 같다 ㅋㅋ 결국 MBA 온 목적이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였으니까 그런가보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물론 운과 타이밍이 제일 중요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Go the extra mile!

100이 과제로 주어져도 120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게 일에서 참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영어에서 그걸 참 잘 담는 게 이 표현인 것 같다. "Go the extra mile".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일을 매번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 인턴십에 지원하고, 심지어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에도 내 딴에는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그 준비라는 게 결국 남들 다 하는 정도였다. 결국 회사나 프로덕에 대해 웹사이트 좀 찾아 보고, Behavioral 이나 예상 질문 뽑아서 링글로 Mock Interview 매일 연습하고, 이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어도비, 그 중에서도 내가 지원한 어도비 스파크(Adobe Spark)를 준비할 때는 좀 달랐다.


우선 비전공자로써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오랫동안 디자인을 해왔던 나에게 너무나 관심이 가는 프로덕트였다. (온라인/앱으로 쉽게 소셜 미디어 등 마케팅 컨텐츠를 디자인 할 수 있음. 포토샵 못하거나 시간이 부족하거나 영감이 필요한 디지털 마케터 & 개인들이여!) 인턴이 하게 되는 롤도, 마침 요즘 관심이 많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그로쓰 마케팅 롤이었다. 일반 마케팅과 달리 왠지 화려한 말빨만이 아니라 데이터로 소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곳..!! ㅋㅋㅋ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열정이 생겼다. 다른 회사 같았으면 연간 보고서 한 번 보고 스파크 사이트나 최근 뉴스 보고, 예상 질문 뽑아 준비하는 게 다였을텐데, 꼭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더 노력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보기 전 일주일간 아래와 같은 시도를 추가했다.


1) 스파크와 경쟁 제품을 여러 목적으로 직접 사용해보고 차이점 및 장단점, 제안점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것만 거의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2) 어도비 스파크 팀에 소속된 사람들, 그 중에서도 리더를 찾아 그 사람이 쓴 모든 블로그 글, 최근 1년간 참여한 인터뷰 및 강의를 모두 찾아봤다. 노트테이킹 하면서 말 그대로 공부했다. 약 이틀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이 사람이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에 대해 굉장히 잘 알 수 있었고 그런 부분을 포함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짰다.

3) 그 외에도 인터뷰어를 알게 된 다음에는 각 인터뷰어가 한 업적, 프로젝트 등을 찾아 인터뷰에서 꼭 언급했다. (너가 만든 그 유튜브 비디오 OO 봤는데 엄청 흥미롭더라! 등)


이렇게 적으니 별 게 아닌 거 같지만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여기에 시간을 써야했기에 이렇게 까지 하는 게 오바 아닌가 싶고, 그냥 이 시간에 Mock interview 를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그치만 결론적으로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비록 인터뷰 4개 중 앞의 두 개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많아서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맨 마지막 Director 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준비한만큼 정말 잘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와 고민,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진심을 보여줄 수 있었다. 


특히 맨 마지막에, "나 정말 이 분야에 대해서 많이 배워서 나중에 인턴십 가면 더 회사에 기여하고 싶은데 혹시 책이나 온라인 강의 등을 추천해 줄 게 있을까? 아니면 혹시 내가 미리 생각하면 좋을 과제 같은 게 있을까?" 라는 질문을 했는데 자신감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마치 현재 역량이 없는 거처럼 들려서 리스크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피드백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내 강점이라고 생각해서 어필해봤고 이 부분도 다행히 좋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감사와 각오

이렇게 저렇게 다 말해보지만 어쨌든 정말 많은 부분이 운과 타이밍인 것 같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MBA에 오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게 글로벌 테크회사에서의 경험이었는데 그런 기회가 주어졌으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쪼록 거기에서 정말 좋은 성과 내 볼 수 있도록 이번 학기에 미리 공부도 많이하고 영어도 (부디...) 갈고 닦아 보고자 한다.


하나의 산을 넘었다. 이후에도 1) 인턴십에서 잘 하기 2) 풀타임 받기 or 풀타임 구하기 3) 결혼하기 4) 비자받기 등등 내 인생에는 아직 보이는 것만 해도 수많은 산들이 남았지만, 어쨌든 오늘은 오늘의 산을 넘은 것을 축하하고 감사해야지. 그리고 종종 이런 작은 성취담들을 꺼내어 보고, 힘을 내서 다음 산들을 넘어가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 

다음 편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테크 리크루팅 과정과 제 경험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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