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는 관계, 신뢰하는 팀 만들기
신뢰는 힘이다.
불신은 소모이다.
이는 개인 관계에서나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다.
의심하면 뭔가 나에게 유리하게 일을 조종해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다. 궁리하고 걱정하게 되는 시간들의 합이 오히려 더 큰 소모가 된다. 더군다나 실제로는 별 의도 없는 말이나 행동까지도 잘못 해석하여,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상황을 똑바로 보면, 문제가 아닌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불신이 나와 누군가 사이의 문제라면, 어렵더라도 내가 먼저 불신의 벽을 거두고 당분간은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는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받아들일 준비를 하되, 무조건적인 선의를 가지고 대해보는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정말로 악의를 가진 사람이라면, 피하면 된다.
그런데 조직에 신뢰를 구축하는 부분은 좀 더 까다롭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인간의 성향인지) 쉽게 정치가 생기고, 비밀이 만들어지고, 불신의 틈이 커진다.
하물며 서로 잘 맞아서 모였다는 친구들끼리도 온전한 신뢰를 쌓기가 어려운데,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기업과 같은 조직은 오죽하랴.
물론 어려운 과제이지만 조직 내의 불신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조직 외부의 적은 팀을 똘똘 뭉치게 하는 힘이 되지만, 조직 내부에 비밀이나 정치가 생기는 것은 조직의 힘을 쓸데없는 데 쏟게 하고, 조직을 약하게 한다. 눈치를 보고,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하거나, 꾸미고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내게 되며, 없어도 되었을 일들에 시간적,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꾸준히, 솔직하고 숨김이 없는 그러면서도 포용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나 드라마처럼,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사람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나 불신을 조장하는 사람을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 부분은 말처럼 쉽지 않을 수가 있는데, 소위 '사회생활 잘한다'는 표현이 마치 '겉으로는 잘 보이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자기 잇속을 잘 챙기는' 행위처럼 잘못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일을 잘 하듯 '정치를 잘 하려' 하기도 한다.
(실은 조직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다른 의견이 있으면서도, 혹은 다르게 행동하고 있으면서도 숨기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하지만 조직 내 불신을 만드는 사람이 일적으로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경우, 그러한 정치적 성향은 간과되고 오히려 조직에서 자기 편을 만들면서 중요 인물로 커가는 경우도 많다. 조직 건강의 관점에서 그런 조직은 암 덩어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장기적으로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신의 씨앗이 될만한 행동들은 우리 조직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정말 서로에게 솔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반부터의 진실되고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 리더부터 배려와 폭 넓은 선의를 갖고, 동시에 당당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조직원 서로에 대한,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주는 인재를 인정해주고, 불신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해야 한다. 중간에 무너지면 안 하니만 못하다.
신뢰란 무너지기는 쉽지만,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쌓기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기에.
최근 고민이 많은, 신뢰라는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