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etarian/No Gluten Challenge - Day 31
일단 반성부터 하자면, 인생에서 돌아가는 게 너무 많다보니 7월의 챌린지 후기를 이제야 쓴다. 채식에 대해서는 쓸 얘기가 많다는 생각에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오히려 엄두도 못내다가 그 뒤로도 여러 챌린지의 후기들이 밀렸다. 이제 욕심은 덜어내고, 가볍게 개인적인 감상 위주로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물론 3일 버퍼기간을 다 쓰긴 했지만, 마지막 날은 거의 기념으로 한 끼정도 먹다시피 한거라 양적으로는 많이 먹지 않았다
7월, 채식 챌린지를 하던 기간 동안은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달을 보냈기 때문에, 여행 중 먹을 수 있는 각종 맛있는 음식들이 유혹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채식하기 더 쉬운 환경이었다. 미국에서는 채식 식당이나 채식 메뉴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게중에는 꽤 맛있는 메뉴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도전했을 것 보다 훨씬 용이하게 챌린지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금주 바로 다음달이라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 조깅도 해가면서 한 달을 보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건강을 많이 챙길 수 있었던 한 달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샐러드 같은 풀떼기만 먹진 않았고 사실 굉장히 잘 먹었다.
1. 더운 야채류 + Warm Bowl
이번에 채식을 하면서 빠지게 된 뜨거운 채식 메뉴들! 단순 샐러드보다 훨씬 포만감 있게 먹을 수 있었다.
원래 버섯/가지류를 평생동안 편식했었는데, 채식에서 고기를 대신해 폭신폭신한 식감을 제공하는 그 둘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오븐을 사게 된 일등 공신!
2. 볶음밥 / 스파게티류
채식을 건강하게 하려면 탄수화물 과다가 되지 않게끔 유의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밀가루를 갑자기 끊다보니 대용이 될만한 볶음밥이나 면류(쌀)도 꽤 섭취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음식으로 외식을 하게 되면 야채볶음밥을 주로 시켰고, 집에서도 옥수수/쌀면을 활용한 스파게티를 자주 해먹었다. (사진은 저것만 올렸지만 사실상 만들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스파게티를 했다고 봐야겠다...)
3. 기타 집에서 먹은 음식들
사진이 작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저것보다 훨씬 강조되어야 하는 "버거"!!!
빌게이츠가 투자 했다는 "Beyond Meat"이라는 브랜드의 가짜 고기 패티를 넣어 만든것인데 정말 버거 안에서는 식감이 90% 고기같다. 심지어 고기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 (번도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은 햄버거 번을 썼다.) 맛이 정말 환상이어서 끝무렵에 정말 자주 해먹었다. 우리나라에도 얼른 들어왔으면... 이거 수입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음
그 외에도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생과일과 그래놀라, 쌀국수를 활용한 비빔국수, 은혜로운 글루텐프리 빵들을 맛있게 먹었다. (다만 이런 글루텐 프리 빵이나 피자같은 간식들은 비건이고 글루텐 프리더라도 몸에 딱히 좋지는 않다고 하니 적절히 먹어야 한다.)
4. 기타 외식 메뉴들
그 외에 외식으로는 월남쌈, 나초, 인도 카레, 아사히볼, 고기가 안 들어간 채식 타코를 먹을 수 있었다.
우선 먹는 데 있어서 딱히 양적으로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체중이 감량되는 효과는 없었다. 다만 찌지도 않았다는 게 효과라면 효과? 이 때(6월)의 체중은 지금(10월)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속이 편하다는 점이었다. 워낙에 타고난 위와 장이 약하기도 하지만 특히 올해 초는 상태가 극도로 안 좋아져서 속이 안 좋다는 소리를 매일 달고 살았다. 허구헌날 속쓰림에 화장실을 못 가거나 갔다하면 장염이었으니.. 유산균을 아침 저녁으로 집어넣어도 소용이 없던 위장이었다. 그런데 밀가루를 끊고 채식을 하니 달라졌다. 속이 훨씬 편했다. 속 걱정 없이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시간에 편안한 마음으로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게 정말 그렇게 감사할수가 없다.
피부도 좋아진다. 내 피부는 백옥같이 하얗지는 않더라도, 큰 관리 없이도 트러블이 잘 없어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믿었던 피부마저도 올해 초부터 미친듯이 트러블이 생기고 관리하기 힘들어졌었다. 주변에서는 나이탓이라고 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화장품이고 뭐고 먹는 걸 바꾸니까 피부도 다시 원 상태로 돌아왔다.
채식을 하면 힘이 없고 어쩌고 이런 얘기들도 봤었는데 사실상 그런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몸이 가벼워서 조깅을 가장 길게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딱히 탄수화물을 줄인 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단백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최대한 두부나 콩류에서 단백질을 많이 얻으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채식을 하면서 재미있게 봤던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채식을 환경 오염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사실 육류의 소비는 전 세계의 교통수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한다. 1년 동안 샤워 안하는 것 보다 햄버거 하나 안 먹는 게 물을 더 아낀다나.. 마침 우리나라의 여름이 비정상적으로 더웠던 한 해여서 정말 평생동안 생각 안 하던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관점에서 채식을 주장하는 윤리적인 관점보다는 조금 더 가깝게 와닿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채식하던 시절을 돌아보다보니 다시 채식을 해야겠다 마음먹게 된다. 어느새 3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에 와서 다시 육식과 술과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돌아왔더니 몸과 피부와 위장이 다시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래와 같은 곳에서 채식 먹거리를 사곤 한다.
- 마켓컬리: 과일 받아먹는 걸 한동안 했었다. 귀찮음이 심한 사람들을 위해서 아예 세척해서 깎아주면 좋으련만... 그렇게까진 안되지만 그래도 과일을 더 많이 먹게 되어서 좋다.
- 다노샵: 다이어트 식품을 컨셉으로 하긴 하지만 사실상 몸에 좋은 음식들이 많아서 애용.
- 프레시코드: 개인적으로 주문해먹는 샐러드 중에 가장 입에 맞고 맛있다.
이제는 '고기를 끊는다'는 표현보다 '채식을 선택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변화를 위해서는 극단적인 배척보다는 점진적인 노력이 더 실용적이라고 믿기에!
엄격한 규칙을 세워 지키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을 키우기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을 향해 더 여러번 그런 선택을 내리도록 노력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보다는 ~했을때의 즐거움으로 행동하는 삶이 더 행복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채식을 선택하는 동안 참 행복했다.
*이 포스트는 열두달 Life Detox Challenge 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