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박술녀라 불릴만큼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던 나였지만 (※지난 글 '술과 나의 역사' 참고),
그 중에서도 와인만큼은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술이었다.
생소한 용어 투성이라 어디에서부터 알아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을까?
와인은 내게 항상 분위기용이었지, 맛을 알고 취향을 가져가며 고르기에는 멀게 느껴지는 주종이곤 했다.
그래서 가끔 와인을 고를 때도 판매하시는 분들의 추천과 가격만 보고 고르거나, 레스토랑에서 시켜야 할 때면 가격만 보고 앞에서 두 번째 정도로 (제일 싼 건 괜히 별로일 같아서) 시키는 것이 내 방법이었다.
그러던 내가 와인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미국 출장 때 부터였다.
미국 출장에서 일정 기간 동안 숙소를 제공해주신 Kevin의 형님분께서 와인에 매우 빠져계셨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Vivino(비비노)'라는 앱이라고 하셨다.
*아이폰 다운로드 링크: https://itunes.apple.com/app/id414461255?mt=8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링크: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vivino.web.app
비비노는 말하자면 와인 계의 왓차(Watcha) 같은 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앱 내의 카메라로 와인병의 라벨을 찍으면, 해당 와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점과 리뷰를 볼 수 있고, 나 또한 평점과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앱이다.
굉장히 간단한 앱이지만, 와인 검색을 너무 편리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와인업계를 지배했던 일부 전문 평론가들의 의견이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인 취향을 알 수 있게 해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영화도 평론가들의 의견이 있겠지만, 대중의 취향이 늘 전문가들과 일치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가장 큰 예로 내가 최근에 봤던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의 경우 전문가 평점은 정말정말 낮았지만 대중 평점은 높았고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봤다.
와인도 결국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전문 평론가보다는 다수 대중의 생각이 나와 일치하는 경우도 많고, 양쪽을 다 참고하는 것이, 보다 즐겁게 내 취향을 쌓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비비노 앱을 알게 된 순간, 와인코너나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다양한 와인들을 1차적으로 걸러내고 비교할 기준이 생겼다. 즉, 평점이 지나치게 낮은 것 (=맛있을 가능성이 낮은 것) 들을 걸러내게 되면서 좀 더 높은 확률로 맛있는 와인들을 맛보게 되고, 그에 따라 와인이라는 주종 자체에 대한 내 관심도 더 깊어지게 되었다.
※ 한가지 팁이 있다면 와인샵 등에서 비비노를 사용해 와인 라벨을 찍기 전에, 일하시는 분께 미리 평점 확인 용도로 사진을 찍어도 될지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물론 요즘에는 비비노를 쓰는 사람이 많아져서 익숙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경쟁 회사에서 전수조사 나온 걸로 의심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괜한 불편함을 드리기보다는 미리 앱 내에서 평점 보는데만 사용되고 저장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더 당당히(?) 사용하도록 하자.
여기에 더해 와인이라는 주종에 대한 큰 그림을 보기 위해 아래 두 책을 가볍게 보고 대강의 기초를 잡았다.
1) 와인폴리: 인포그래피 위주. 다양한 포도 품종과 품종별 맛의 Profile을 그림으로 쉽게 보여준다.
2)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이원복 교수의 만화책. 만화지만 내용이 꽤 빡빡하고 매우 실하다. (2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와인은 크게 와인을 만드는 생산지와, 포도 품종으로 구분된다. 그러니 국가별(혹은 국가 내 지역별)로 어떤 와인을 주로 만들고 어떤 품종을 주로 알아주는지만 알더라도 내 취향을 만들어가는 데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여기에 디테일로 국가별 와인 등급을 구분하는 서로 다른 방법이라던지, 유명한 와이너리, 비비노 평점 등을 입혀나가면 어느새 와인이 어렵기만 한 술이 아니라 대화를 무궁무진하게 끌어갈 수 있는 주제 거리가 된다. 알면 알 수록 하나의 술 종류가 어떻게 이렇게 전세계에서 문화라고 할 수 있을 수준으로 다채롭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꼭 전문 평론가가 아니라도 책이나 영화를 평가하고, 식당에도 후기를 남기는데 와인이라고 꼭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와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만큼 와인을 알기보다 마시기를 좋아하는 스물아홉 서른의 일반 남녀에게 좀 더 참고가 되는 리뷰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일반 사람들을 위한 스물아홉의 와인로그를 시작한다 :)
*사실 매거진은 작년에 만들어놓고 글을 안 적어서 나이가 안 맞지만 그냥 만 나이라고 치겠다... 근데 만은 스물여덟인데 어떡하지... 그냥 두자...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평범한 서른, 클레어의 가성비 와인로그
지금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