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클레어 Dec 04. 2017

#303 한 달간 SNS를 끊어보았다

No Social Media Challenge - Day 30

앞서 세운 규칙대로, 한 달간 SNS를 끊어보았다.

끊는 김에 종종 불필요하게 켜놓곤 하던 예능프로그램도 끊기로 했다.


진행 결과는 다음과 같다.

Yeah!!! 부끄럽지만 10달만에 예외없이 100% 성공했다.

1) 유혹을 없애고 2) 대체품을 마련했다는 것이 나름의 성공 요인이었던 것 같다.



유혹을 없애라

뭔가 대단한 것 처럼 적어뒀지만.. 일단 앱을 지우는 게 첫 번째다. 앱을 지우기가 힘들다면 푸쉬 알람, 뱃지 알람이라도 꺼둬라!  "혹시나 중요한 게 오면..." 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SNS 끊기의 첫 번째 관문이다. 당신이 메세지를 늦게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혹은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생각보다 큰 일은 생기지 않는다.


가장 확실히 하고 싶다면 계정을 비활성화 하는 방법도 있겠고 물론 나도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너무 많아, 활성화했다가 다시 비활성화하는 귀찮은 과정을 반복해야만 했다. (심지어 어떤 서비스들은 페이스북 로그인'만' 제공한다.) 페이스북 로그인을 자주 이용했던 사람에게는 앱만 지우더라도, 모바일 웹에서 로그아웃만 해두더라도, 자주가는 사이트 목록에서만 지우더라도 첫 번째 성공을 한 셈이다.



대체품을 마련하라

금연을 하는 사람들이 담배 생각이 날 때 다른 간식을 먹어보듯이, 나에게는 SNS를 대신할 대체품이 필요했다. 하루의 중간중간 조금이라도 짬이 날 때나, 일어나자마자, 혹은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달고 살았던 나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체활동을 추가했다.


아침 - 음악듣기 / 신문 읽기

아침이면 늘 폰에 뜬 알림부터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SNS를 타고 들어가게 되곤 했었다. 이런 습관을 바꾸기 위해 아침이면 음악을 틀었다. 찾아듣기는 귀찮아서 Olleh TV의 오디오채널을 이용했다. 마침 '커피타임'채널의 음악들이 주로 재즈가 나오는데 취향에 맞아서 굉장히 좋았다. 스타벅스에 흐를 것 같은 배경음악들이라 음악을 켜놓고도 충분히 다른 일을 집중해가며 할 수 있고, 집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

그리고 늘 읽어야지 생각만 하던 신문 구독을 시작해 읽기 시작했다.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면서도 (댓글이 없으니) 온라인보다 덜 자극적으로 사안을 접하게 되는 것 같아 좋았다.


이동 중 - 전자책 읽기 / TED 영상

이동 시간에 자리에 앉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SNS로 눈이 가곤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을 어쩔 수 없다면 차라리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하자 싶어서 다시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 지루할때면 TED 영상을 보기도 했다. 팟캐스트도 들어보려고 구독은 많이 했는데 아직 자주 듣진 않았다.


밤 - 영어 책 소리내어 읽기

이런 저런 웹서핑이 줄어들면서 생긴 시간으로 '영어 책 소리내어 읽기'를 시작했다. 3월에 시도했다가 영어에 꽤 도움이 된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챌린지였다. 이번엔 과감하게 시간을 하루 1시간씩으로 늘렸다.  (*참고: 영어 책 소리내어 읽기에 대한 이전 글)

주로 읽었던 시간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대였지만 그 외에도 중간중간 타이머를 활용해 시간 날 때마다 읽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4일을 제외하고는 한 달간 꾸준히 영어책을 읽을 수 있었고 덕분에 세 권의 영어책과, 관심있는 주제의 다양한 Article을 읽을 수 있었다.



소감

솔직히 정말 좋았다. 예상했던 불편함보다 예상치 못한 편안함이 훨씬 컸다.


먼저,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일에 정신이 분산되는 경험이 훨씬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핸드폰을 수시로 쳐다보게 되던 경험들, 근사한 식사 한 끼를 하더라도 SNS에 올려서 반응을 확인하느라 정작 식사을 100% 만끽하지 못했던 경험들은 사라지고 순간 순간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둘째로, 넘치는 정보와 소식의 파도에서 벗어나 좀 더 능동적인 정보 탐색을 하게 되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늘 쏟아지는 정보의 파도를 수동적으로 헤쳐가기 바빴다. 이제는 원치 않는 정보가 내 앞에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가게 되었다.


셋째로, 더 행복해졌다. 그간 다른 사람들이 남기는 최고의 순간들만을 보며 나도 모르는 새에 뇌와 마음이 많이 피로했던 것 같다. 혹은 뭔가를 남기고 나면 그 반응에 대해 작게나마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 마음이 훨씬 평화로웠다.


고로, 좋았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애초의 계획은 향후에도 소셜미디어를 계속 끊어보자는 것이었지만 아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의 소셜미디어란 마치 연락처와 같아서, 새로운 인맥을 만들 때 나 자신을 verify 하기 위한 꽤 필요한 수단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알람이라도 꺼보자. 인터넷 기본 탭이나 즐겨찾기에서 지워보자.

소셜미디어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필요한 만큼만 활용하는 삶을 시작해보자.

의외로 삶은 더 평화롭고 행복해질 것이다.



*이 포스트는 열두달 Life Detox Challenge 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83 굿바이 소셜미디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