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 없는 안정과 사랑을 끌어안고 무너진 날들
그리고 나는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큰 회사의 정규직이었다.
내가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을 내심 탐탁지 않게 여기던 그는 내 합격 통보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정규직이라는 말에 아깝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는 다행히 대출을 받아 혼자 살기에 알맞은 깨끗한 집을 구하게 되었다.
큰 짐들은 이삿짐센터를 통해 서울로 모두 보냈다.
내 옷가지들을 나르며 짐이 많지 않다는 센터 직원의 말에 그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옷이 적은 거냐며 놀라 되묻고는, 내가 본인이 원래 생각했던 것만큼 사치스럽지 않다는 확인을 받은 것인 양 불쾌한 듯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 작은 내 차에 자잘한 짐들을 한가득 싣고 그와 살던 집을 떠나면 되는 거였다.
그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나를 배웅했다.
내가 서울에 도착할 즈음에 잘 도착했냐는 전화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울에 거의 도착할 때가 되니 해는 저물고 저녁이 되었다.
저 멀리 서울임을 알리는 톨게이트가 밝게 빛났다.
흐를 듯 말 듯 눈물이 차 있는 내 눈에 그 빛은 지난날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내가 살 곳으로는 기억에는 없지만 내가 태어난 동네를 선택했다.
한강과 산책로가 가까운 서울 외곽 동네였다.
좁은 아파트에서 덮어줄 이불 한 장 없이 버둥거리던 작은 내가 존재하던 곳.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에 알맞은 곳이라 느꼈다.
서울의 내 집은 이불 하나만으로도 가득 차는 작은 방과 거실이 있는 빌라였다.
빌라가 다닥다닥 붙어 지어져 있어, 거실 창문을 열면 바로 옆집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햇살은 하루 중 일정 시간에만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으로 잠깐 찾아왔다 가버리는 그런 집이었다.
이혼의 긴 시간 동안 나는 따듯하고 포근한 잠자리에 온몸을 파묻고 싶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펼쳐 주시던 따듯하고 무거운 솜이불이 간절했다.
나는 그 집에 도착하고 그제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른 날이라는 기대와 햇살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