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작은 집, 흰색 삼색 그리고 나

사려 깊은 고양이 흰색, 밝은 고양이 삼색과 함께 나아가다

by 서유미

그녀들은 작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6평짜리 작은 오피스텔 방 안에서 나와 함께 살아주고 있다.


한 마리는 흰색. 한 마리는 삼색.


흰색은 10살. 삼색은 이제 1살이 되었다. 둘 모두 짧은 다리를 가진 고양이다.


흰색은 10살답게 사람의 시간에 매우 잘 적응하여서, 이제는 끼니를 챙겨야 하는 시간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매일 오전 7시와 오후 5시.


흰색은 이 시간들마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공지는 해야겠다는 듯이 나에게 들릴 듯 말 듯 야옹을 한다.


아니, 제대로 표현하자면 이이잉 소리를 낸다.


그런 7시, 나는 일어나 우선 화장실에 간다.


혼자 사는 나는 화장실 문이 안에서 잠겨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공포를 가지고 있어서, 문을 열고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노라면 삼색이 작은 방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흰 발로 한 발씩 아장아장 다가와 화장실로 들어온다.


뒤이어 흰색도 화장실에 들어와 둘은 마치 이 화장실이 자신들의 묘생 처음 방문하는 화장실인 양 같이 조심스레 냄새를 맡으며 탐색을 시작한다.


고양이의 작은 머리로는 화장실을 매번 기억하지 못해 아침마다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미 아는 것이라도 늘 새롭게 느끼며 작은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지만, 조심스럽게 아마도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흰색과 삼색에게 아침밥을 주기 위해 파우치 사료 두 개를 챙긴다.


파우치 사료는 수분이 더 많이 들어있는 사료로 신장 질환이 있는 흰색의 음수량을 높이기 위한 요량으로 흰색만이 먹고 있었지만, 이를 부러워하는 삼색을 차마 지나치지 못해 삼색도 다른 종류의 파우치 사료를 먹게 되었다.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지금 부담이 되지만 마음은 편해진다.


그렇게 흰색과 삼색에게 밥을 주고는, 나는 그 둘을 가만히 바라본다.


흰색은 오랜 기간 먹은 사료가 더 이상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반쯤 먹고는 자리를 뜬다.


삼색은 열정적이다. 파우치 사료를 다 먹고도 그릇 바닥을 혓바닥으로 싹싹 핥는다.


이런 모습이 어림이고 젊음인 것인가라고 나는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선 나는 아침약을 먹는다.


지난주 상담을 통해 바뀐 약의 색은 흰색, 노란색, 초록색이다.


이름이 길어 외울 수는 없으며 종종 바뀌는 약들이 꽤 오랜 기간 나와 세상을 잇고 있다.


그 이어짐이 부재했다면 나는 이미 저 심연 속으로 쪼그라들어 사라졌을지 모른다.


고맙게 생각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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