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아닌 사랑하는 영화.
'좋아하는'에서 '사랑하는'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대답하기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건 무수히 많아도 되지만 사랑하는 건 무수히 많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일까.
이 문장을 쓰고 나니 갑자기 사랑하는 영화들이 마구 떠오른다.
영화는 무수히 많이 사랑해도 괜찮으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다.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금을 받기 위해 수많은 절차를 거쳐 자신의 상황을 증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지치고 끝내 연금은 받지 못한다.
제도는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늘 사각지대가 생긴다.
그 제도 안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되고 상처 받고 아파한다.
영화 속에서 예외라고 봐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현실적이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다가온다.
사람을 위해 만든 규칙이 사람을 다치게 할 때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사람뿐이다.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존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현실적이어서 지루하고 재미없을지언정
사각지대에서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나는 그런 영화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