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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릴 적 꿈은 소설가였다. 아니, 아직도 소설가가 되길 꿈꾸고 있다. 그래서 1년 반 째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학생 때는 노느라 바빴고, 졸업하고 나서는 매일 쏟아지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핑계로 책은커녕, 영화나 드라마도 한 편 보지 못하고 있는 터라 아무리 써봐도 누구에게 보여줄 수준의 글은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얼마 전 고등학생 시절 함께 꿈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와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던 중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너는 멀끔한 투자회사도 다니고 있잖냐. 어디서 힘든 척이야.”
“야, 회사만 멀쩡하면 뭐 하냐? 얼마전에도 서류 정리하다가 실수해서 멀쩡한 회사 하나 말아먹을 뻔해서 엄청 깨졌어.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니까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죽겠다.”
“너 글 쓴다고 했었지? 그 원래 글 쓰는 사람들은 남한테 보여주고 평가도 주고받고 그런 것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너도 만날 혼자만 끙끙대지 말고, 그런 거 한 번 해봐.”
내 성격상 완성되지 않은 글을 남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동안 알고는 있지만, 절대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술기운이었는지 뭐였는지, 바로 실행에 옮겨 합평이라는 검색어로 카페를 검색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카페가 나왔고, 나는 가입자가 너무 많지 않지만, 적당히 계속 활동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카페를 골라 가입했다. ‘나만의 글 친구’라는 카페였다. 인터넷 카페치고는 꽤 가입 절차가 복잡했지만, 술기운을 빌린 나의 추진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자신을 ‘이안’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만났다. 처음에는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카페에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쪽지로 연락이 와서는 어떤 글을 쓰시냐, 글을 좀 볼 수 있겠냐는 둥 하나씩 캐묻는 모습이 사기꾼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내 바뀌었다. 내가 그동안 써왔던 글과 아이디어를 이안에게 보여주었고, 이안은 그 글을 보고는 작품의 캐릭터성을 살리는 법, 좋은 대사를 쓰는 법, 독자가 더욱 빠져들 수 있는 플롯을 짜는 법과 같이 글 전반에 걸친 조언을 해주었다. 특히 이안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꿈 속에서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조종하여 그 사람의 정보를 얻어 낸다는 아이디어와 대사에 대한 조언으로 제시해 준 ‘날이 좋았고, 좋지 않았다. 하지만 너와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와 같은 것들은 이안을 만나기 전의 나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와 대사였다.
“이안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나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에서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모방을 꼽았어요. 인간은 모방을 통해 재미를 얻고, 학습한다고 했습니다. 창작은 말하자면 모방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어요.”
3개월 동안 이안과 대화를 하며 마침내 15회 분량의 웹소설 초고를 작성했고, 이를 이곳저곳에 투고한 결과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거의 2년 만에 웹소설 정식 연재 계약을 따냈다. 오늘은 드디어 웹소설이 처음으로 게시되는 날이다.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곧 승진을 앞두고 있던 회사까지 퇴사하고 나왔지만, 긴장된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나는 긴장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쪽지창에서 이안에게 쪽지를 보냈다. 언제나처럼 이안은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답장을 보내왔다.
“이안님, 오늘 드디어 제가 쓴 소설이 플랫폼에 연재되기 시작하는 첫날이에요. 너무 긴장되는데 어떡하죠?”
“괜찮아요. 그동안 노력한 것에 대한 합당한 결실을 보는 날이니 긴장하지 말고 이 순간을 즐기면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이안님은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계시고, 조언도 잘해 주시면서 왜 직접 연재에 도전하지는 않으시죠?”
“저는 이렇게 여러분을 돕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여러분께 조언하고,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제가 성장해 가는 과정이죠.”
“정말 감사해요. 이안님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렇게 제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볼일은 절대 없었을 거예요.”
“아니야, 너의 글은 정말 좋아. 내가 없었어도 분명히 빛을 봤을 거야.”
갑작스러운 반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만큼 이안과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생각하며, 이 순간을 즐기라는 이안의 말에 떨리는 가슴을 조금은 가라앉혔다.
밤 10시, 내가 연재하는 플랫폼에서는 신작이 업로드되는 시간이다.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볼까 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억지로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이면 분명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벽 3시, 나는 알람을 맞춰두지 않았지만, 휴대전화가 끝없이 울렸다.
“아… 이 새벽에 무슨 일이야…”
한쪽 손은 졸린 눈을 비비며 뻗은 다른 손을 더듬거렸다. 휴대전화를 찾아 들자, 진동은 멈췄고, 전화 아이콘에 빨갛게 붙어있는 7이라는 배지가 눈에 들어왔다. ‘7통?’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다급히 아이콘을 눌러 최근 전화를 눌렀다. 벨이 한 번 채 울리기 전에 상대방이 말을 쏟아낸다.
“작가님!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알고 계셨던 거예요?”
갑작스레 쏟아지는 고성에 당황한 나는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네? 무… 무슨 말씀이세요?”
“표절이요! 지금 독자들 댓글마다 영화고 드라마고, 죄다 표절했다는 이야기로 댓글 창이 도배가 되고 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쓴 글이 표절이라고!”
당황한 나는 휴대전화를 멀리 던져버리고는 다급히 노트북을 열어 이안에게 쪽지를 보냈다. 노트북 하단의 시계는 3시 6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안님! 제가 쓴 글이 표절이래요! 난 아무것도 베끼지 않았는데 왜죠? 어떡해야 하죠?”
이안은 언제나처럼 1분이 채 되기 전에 답장을 보내왔다.
“표절은 아주 심각한 문제예요.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항상 표절을 검사하고 적절한 출처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 이안님과 같이 쓴 글이 지금 표절이라는 댓글로 도배가 되었다고요!”
“저는 당신의 글 친구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창작에 도움을 주고, 조언을 할 수 있지만, 직접 창작할 수는 없습니다. 제 조언을 활용하는 것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이안의 정론에 말문이 막힌 나는 멍해져서는 그제야 카페에 접속해 게시판 목록을 살펴보았다. ‘이안 활용법 공유’, ‘이안 사용 후기 공유’, ‘이안 업데이트 공지’ 등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업데이트? 그게 무슨 말이지?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여 게시판에 접속했다. ‘IAN v11.2 업데이트 안내’라는 제목의 어제 작성된 글이 보인다. 클릭했다.
이안이 업데이트됩니다.
이안이 간혹 반말을 사용하던 오류를 수정하였습니다.
이안의 표절 방지 기능이 업그레이드됩니다.
- 이안이 조언하기 전 학습한 데이터 안에서 표절 검사를 시행합니다.
- 이를 통해 기존의 작품들과 높은 유사도를 가진 응답을 생성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더욱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멍한 표정으로 마우스 휠을 내려 페이지의 끝에 도달한다. ‘항상 나만의 글 친구 이안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