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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세령 Mar 17. 2024

프롤로그_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하루

20대의 어느날, 지긋지긋한 불안감의 굴레를 끊어낼 결심을 하다.

20대 중반의 내 삶을 표현하자면 아마 이런 문구가 어울릴 것이다.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고, 성공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았으며, 외롭지도 인기가 많지도 않은, 아무리 애를 써도 적당함을 벗어날 수 없는,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딱하게 여길 그저 그런 인생'



검지도 희지도 않은 밋밋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회 생활이라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술래와 깍두기를 정하는 것뿐이었던 그 어린 시절, 회색빛의 정장을 입은 어른들은 늘 나에게 알록달록한 장래희망을 그려오라고 시켰고, 난 늘 모두의 시선과 존경을 받는 직업을 그려내곤 했다.


내 인생은 정말로 다를 줄 알았다.



분명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내 청춘은 탄탄한 커리어와 유명세, 갖고 싶은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돈, 나만 사랑해주는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 곁에서 매일 행복하게 눈을 뜨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회사 근처의 작은 자취방에서 매일 외롭게 눈을 떴고, 친구들은 모두 제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얼굴 한번 보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빼고 모두가 더 잘나고 행복하고 멋져보였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한시도 쉬지 않고 더 달려야만 했다.


하루라도 빨리 지옥같은 회사를 떠나고 싶어 이런 저런 사업을 괜히 시도해봤지만, 시작하는 일마다 전부 엎어지면서 자신감은 바닥을 지나 지하까지 파고 들어갔다.


아침마다 오늘도 똑같이 뻔하고 지루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했고, 이 모든 게 나만 겪는 일이라 생각하며 견딜 수 없는 절망감 속에 밤을 지새웠다.




하루 중 우울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시간은 밤도 새벽도 아닌 아침이라고 한다.


달콤하든 달콤하지 않든 현실에서 동떨어진 꿈에서 깨어나 또다시 똑같은 하루를 맞이하는 바로 그 순간.


눈을 뜨고 '아, 꿈이었구나.'하는 순간 곧장 찾아오는 것은 숨막히는 불안이었다.


이미 남들보다 뒤쳐졌다는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의 모든 에너지를 다 빼앗아갔고, 그 무기력함과 절망감에 절여진 나는 그 어떤 것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무언가를 시도한다 한들, 불안감으로 시동 걸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유통기한은 딱 3개월이었다.


누구를 만나도 3개월이 지나면 설렘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따분함만 감돌았고, 어떤 일을 해도 3개월만 지나면 한계에 부딪히고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자기합리화 속에 쉽게 시도하고 쉽게 포기하며 자기위안을 했고, 그렇게 나는 3개월짜리 인간이 되어갔다.


아무리 발을 굴러도 3개월 뒤면 원점으로 돌아가 있는, 거북이보다도 못한 인간.




불안의 사전적 정의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상태'다.


그렇다면 철학적 정의는 무엇일까?

바로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깃들인 허무에서 오는 위기적 의식'이다.


그렇다는 말은 불안이란 가장 일차원적인 본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며, 그 결과로 몸과 마음이 불편한 상태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빼어나진 않아도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경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불안은 몸과 마음을 장악했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항상 나타나 나와 내 주변사람을 괴롭게 했다.


시계 초침이 너무 빠르게 느껴져 집에 있는 시계와 달력을 모두 치워버렸고, 남들이 웃고 있는 모습과 내 모습이 비교돼 SNS도 지워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이겨내기엔 너무 강한 감정이었고, '왜 나만 이러지'와 '내 인생은 원래 그런가보다'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외롭고 공허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전혀 눈길이 가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또는 보이지도 않던 흉터가 갑자기 신경쓰일 정도로 커보이는 것처럼 갑작스러웠고, 아침에 눈을 뜨면 물을 한 모금 마시듯, 또는 출근 전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우산을 챙기듯 자연스러웠다.



어쩌면 눈이 펑펑 오는 어느 날 살포시 내려앉은 작디작은 눈송이 하나가 굵은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듯, 내 발걸음을 떼게 한 마음도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박약한 의지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가냘픈 마음이 지금 나를 여기까지 인도했으며,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끝없이 반복하던 불안의 굴레를 끊어내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길을 안내하는 요가 안내자가 된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느끼고 겪은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모두의 오늘이 괜찮아지기를 바라며,

최세령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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