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마 산책
9월 11일 일요일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 인천공항에서 출발, 두바이를 경유해 7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현재 위치를 살피려 비행기 좌석 앞에 있는 화면을 켰다. 내가 탄 비행기는 시칠리아 남쪽 끝을 지나 지중해 상공을 지나고 있다. 화면에서 눈을 떼고 창을 내려다보니 창 밖으로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 눈과 저 아래 섬나라를 가로막는 그 어떤 것도 없는 듯 투명하다. 그 투명함이 오랜 비행으로 지쳐있는 몸을 가볍게 만들어 버린다.
몰타국제공항에 도착, 입국 심사를 마치고 호기롭게 공항을 나섰다. 순간 이제까지와는 다른 공기가 훅 밀려왔다. 세상의 모든 조명들이 나를 향해 쏘아대고 있는 것만 같다. 이렇게 땡볕일 수가.
bolt 앱으로 부랴부랴 택시를 불렀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던 숙소까지 20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3층 건물 앞에 한 중년 여성이 서 있다.
“잘 오셨어요. 세라님 전 호스트 알렉산드라입니다.”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대로 알렉산드라의 집은 깨끗하고 널찍했다. 2층 방에 캐리어를 옮겨 놓고 물 한잔을 마시며 한숨을 돌린다. 현지 시간 오후 3시 30분. 손목시계를 보니 밤 11시 30분, 서울이 밤인걸 확인한 순간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가만히 있다가는 짐도 풀지 못한 채 뻗을 것만 같다.
얼른 손목시계의 시간을 바꿨다. 서울의 시간은 잊고 몰타의 시간으로 진입하기로! 눈을 감고 몸을 리셋한다. ‘지금은 한낮. 몰타 시간 오후 3시 30분.’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구글맵을 켜보니 나의 좌표는 세인트 줄리안스와 슬리마 사이에 있다. 가장 가까운 해변을 찾으니 ‘발루타 베이’.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선글라스를 챙겨서 집을 나서는데, 시야에 바다가 가득 차 온다. 지중해다. 반짝이는 바다, 바다에 빠져 있는 사람들. 감겨오던 눈에 스위치가 켜진 듯 번쩍 눈꺼풀이 올라간다.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발걸음도 지중해 물결처럼 스르르 움직이는 듯하다.
하늘도 푸르다. 바다도 푸르다. 푸른 것들을 배경으로 해변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 산책로에 줄지어 있는 카페와 식당들 모두 지중해를 향하고 있다.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마냥 모두 ‘바다바라기’가 되어 있는 셈이다. 몰타는 바다와 바다를 향한 사람들의 에너지로 넘실거리고 있다.
카페 한 곳에 앉았다. 야외 테이블에 앉은 이들을 돌아보니 한눈에 관광객들인지 알겠다.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은 특유의 여유로움과 흥분이 표정에서 읽힌다. 지중해를 눈앞에 두고 커피 한잔이 땡겼지만 막상 주문한 것은 맥주 치스크 cisk. 첫날밤을 순조롭게 보내기에는 맥주 한잔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몰타에 왔다면 몰타 현지 맥주를 마셔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이기도 하고. 맥주 한 잔을 마시니 얼굴과 온몸이 붉어지고 있다. 그런데 웬걸 지중해 한가운데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란 물이 드는 것 같다.
*관광지
<슬리마>
슬리마는 몰타에서 가장 젊은 도시, 현대적인 도시다. 우리로 치면 홍대로 비유할 수 있겠다. 생활 편의 시설이 몰려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자라, 게스, 맥도널드 같은 매장이 몰려 있다. 호텔과 어학원 대다수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시티투어 버스도 이곳에서 많이 출발한다. 슬리마 페리 선착장에서 발레타, 고조와 코미노행 페리 투어 신청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