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줄리안스 - 프티라와 카놀리
9월 13일 화요일
몰타에 온 지 사흘째. 맥주도 마셔 봤고, 커피도 맛봤다.
몰타의 커피는 맛있다.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만족스러운 커피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늘은 빵순이로서 몰타의 빵을 맛볼 차례. 전통 빵을 찾아서 아침 일찍 동네 빵집으로 향했다. 프랑스에 바게트, 이탈리아에 치아바타가 있다면 몰타에는 프티라(Ftira)가 있다. 15분쯤 걸었을까 구수한 향이 나기 시작한다. 오전 7시, 이른 시간인데도 화덕에서 구워진 빵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생존 회화로 급히 배운 몰타어를 써먹을 좋은 기회.
“본주”
“본주”
인심 좋아 보이는 여주인이 손님을 맞는다. 중년의 남자가 화덕에서 빵을 내놓는데, 비슷비슷하게 생긴 빵 앞에서 멈칫하고 있으니 둥글넓적한 빵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프티라?” 소심한 질문에 고개만 끄떡. 갓 구운 빵을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아! 강남스타일!”
언제 적 강남스타일인가.
그래도 알아주니 얼마나 반갑던지.
“몰타 처음 와봤는데 정말 아름답네요.”
“그럼 프티라도 처음 먹어보겠네요.”
“처음이지요. 샌드위치처럼 해 먹어보려고요.”
“그래요. 맛있게 드세요. 몰타 속담에 ‘프티라는 따뜻할 때 좋다(il-ftira sħuna tajba: “일 프티라 스후나 따이바)’는 말이 있어요.”
“무슨 뜻...?”
“순간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의 몰타식 버전인가. 프티라 세 개를 사 들고 빵집을 나선다.
“차우”
“차우”
어디선가 종소리가 울려온다. 품에 있는 프티라와 귀로 감겨드는 종소리가 체온을 몇 도는 높여주는 것만 같다. 종이봉투 속 빵 한쪽을 떼어 맛보니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짭조름한 맛이 입안에서 녹는다. 순간을 즐기자.
*프티라(Ftira)
‘이스트를 넣지 않은 빵’이라는 뜻의 아랍어 ‘파티르(fatir)’에서 유래했다. 이스트 없이 발효하며 시큼한 맛이 나는 반죽인 사워도우(sour dough)를 사용한다. 겉은 바삭하고 두껍지만, 안쪽은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을 지닌다. 프티라는 반을 갈라 샌드위치처럼 치즈. 올리브, 양파, 베이컨 등 다양한 재료를 채워 먹는다.
프티라는 하나의 ‘문화’이다. 아랍어에서 유래한 이름에서부터 몰타가 안고 있는 다양성, 문화의 교류와 융합을 반영한다. 기계화된 오늘날에도 반드시 숙련된 제빵사, 장인이 필요하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반죽을 해 모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빵의 색깔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프티라의 날’을 맞아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 알리고 있다. 몰타와 몰타인의 많은 요소와 연결되어 있는 ‘프티라 문화’는 202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몰타 미식 탐방, 오후에는 디저트를 찾아 나섰다. 발루타 베이에서 왼쪽 방향에 있는 세인트 줄리안스로 향했다. 산책로를 따라 무작정 걷는다. 오른쪽에는 나의 산책 동반자라도 된 듯 푸른 지중해가 넘실댄다.
몰타는 지중해 여행의 절정이라고 표현한다. 유럽사람들의 휴양지다. 그 중심지가 바로 세인트 줄리안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어딘가에서 클럽처럼 비트 강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호텔 주변은 나이 지긋한 관광객부터 앳된 젊은이들까지 한데 어울리는 놀이터가 된 듯하다. 가만히 서 있으면 영어, 독일어, 아랍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등이 섞여서 들려온다.
작은 어촌이던 세인트 줄리안스에는 고급 호텔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펍, 바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몰타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집도, 고조섬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전통식당도, 영국식 퍼브도, 시칠리안 스낵푸드를 파는 캐주얼한 카페도, 중동 음식 전문식당도 이곳에 줄지어 있다.
밤을 즐기기에도 이곳만 한 곳이 없다. 지중해 밤바람을 맞으며 해안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고, 루프탑에서 몰타의 야경을 즐겨도 좋단다. 파체빌 지역의 카지노와 클럽 등도 밤을 잊게 만든다. 이처럼 몰타에서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치안이 좋기 때문. 몰타는 유럽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로 손꼽힌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다.
카놀리도 시켜봤다. 즉석에서 만들어 낸 카놀리를 받아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사삭하며 과자가 부서진다. 입안에 달콤한 치즈가 녹아들면서 아작아작 피스타치오까지 씹는 재미가 더해진다. 단맛에 나른함이 더해져 달콤해지는 이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참 이상하지. 달콤한 것을 한입 먹으면 왜 마음이 두 발로 서는 기분이 드는 걸까.
세인트 줄리안스에 있는 자그마한 해안, 스피놀라 베이에는 요트와 배가 가득하다. 바다에는 잔물결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난다. 물결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요트 정박장 포르토마소(Protomaso)에 닿았다. 전 세계 요트 마니아들의 요트가 거의 이곳에 모여 있다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요트마다 국가와 도시, 사람 이름이 쓰여있다. 평생 내 이름을 새긴 요트 하나 가질 수 있으려나. 요트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정박장을 어슬렁거리며 공연히 서글퍼질 때 그 유명한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요트를 살 때 행복했다. 팔았을 때는 더 행복했다.”
그렇다. 오늘의 교훈!
“프티라는 따뜻할 때, 요트는 빌려 탈 때가 좋다.”
* 관광지
<세인트 줄리안스(St.julian’s)>
5성급 호텔이 이곳에 주로 위치한다. 바다를 끼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바가 많아 낮과 밤 모두 북적인다. 전통음식을 비롯해 이태리, 스페인 음식 등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조깅을 하는 이들이나 야경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파체빌(Paceville)>
서울의 홍대, 이태원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Night Club과 Bar가 많아 몰타에서 Night Life로 유명한 곳으로 밤이 되면 젊은이들로 붐빈다.
<love 동상>
세인트 줄리안스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러브 ‘LOVE’ 조형물이다. ‘LOVE’ 글자가 뒤집혀 있는데 바닷물에 반사되면 정확히 LOVE 글자가 나타난다. 리처드 잉글랜드 (Richard England)의 작품으로 슬리마 위치한 ‘하얀 그림자들 White shadows - 4사람의 가족이 함께 있는 조각상’과 더불어 국제상을 받은 작품이다.
<베이스트릿 쇼핑센터 Bay Street Shopping Complex (세인트 줄리안스)>
접근성이 좋아 부담 없이 가기 좋다. 복합상가 건물로 0층~4층(총 5층) 안에 커피숍, 호텔, 레스토랑, 잡화점, 의류 등 다양한 매장들이 섞여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한 행사. 노래, 공연 등도 많아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