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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Feb 16. 2024

힝구의 그루밍이 필요한 날

고롱고롱, 핥짝


 행복한 고양이가 부르는 노래, 골골송은 집사까지도 행복하게 만든다. 고양이의 후두와 횡격막의 근육에서 시작한 이 작은 진동은 고양이의 온몸을 스피커 삼아 집사에게도 전달된다. 골골송에는 다른 효능도 있는데, 고양이 스스로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힘든 하루를 보낸 날이면, 이 골골송이 집사의 마음까지도 위로해 준다. 저 작은 고양이도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다독일 줄 안다는 사실이 참 신통방통하다. 이제 내 귓가에 울리는 골골송은 너와 나의 행복의 지표가 되었다.


 고양이가 집사의 귀가를 반기다가 갑자기 스크레칭을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기쁨을 수줍게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 이것은 관심 끌기 행동이기도 하기에 귀가 시, 고양이가 스크레칭을 한다면, 고양이의 반가움과 흥분된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니, 집을 비운 동안 해주지 못했던 표현을 마음껏 해주면 된다. 그러면 고양이는 나를 향한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해 줄 것이고, 나는 또 행복해지겠지. 고양이가 스크레칭을 할 때 모습은 마치, 온몸을 이완시키는 요가 동작과 유사하다. 그렇다. 고양이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흥분된 마음을 관리하기에 스크레칭만 한 게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루밍이 일상인 고양이가 집사에게도 이 행동을 한다면, 이것은 유대감 형성, 스트레스 완화, 감정적 연결 등 상호작용에 관련된 행동이다. 그루밍하느라 바쁜 힝구에게 손을 내밀면, 힝구는 내 손을 정성껏 핥아 준다. 그러면 나는 묘한 안정감이 든다. 잠결에 힝구의 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난 어느 새벽, 힝구의 까슬한 혓바닥이 내 팔을 한참이나 핥고 있었다. 힝구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까슬까슬한 그 촉감을 버티며 힝구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팔은 따가웠지만 마음은 편안해졌고, 나는 다시 잠이 든다. 힝구의 그루밍에는 골골송까지 더해져 있었다. 기분 좋은 것들이 한데 모였으니 스트레스 완화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이제 집사의 숙면은 힝구의 역할이 크다.


 이렇게 힝구의 행동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니, 고양이는 힐링 그 자체였다. 그래서일까 유독 힘든 날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더욱 걸음을 재촉한다. 그런 날 내 치료제 힝구 처방이 즉효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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