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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Feb 28. 2024

고양이의 MBTI

힝구는 INTJ와 ENTJ 사이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릴스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MBTI에 대한 콘텐츠였는데, 그 제목이 흥미를 끌었던 것이다. 사실 MBTI는 이제 내 흥미를 끌지 못하는 식상한 소재였지만, 아마도 내 피드 지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고양이 알고리즘이 적용된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 MBTI, 고양이 성격 유형은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것을 MBTI로 치면 INFJ, INTJ, INFP, INTP, ENTJ 이렇게 다섯 유형으로 고양이 성격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링컨대학의 로렌 핀카 연구원이 200여 마리 고양이와 집사를 인터뷰해 성격유형을 분류했다는 설명을 들으니, 고양이와의 인터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라는 의문에 앞서 내 상상력이 발동했다.

김힝구씨는 집사가 갑자기 새로운 고양이를 소개해 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성격유형을 증명할 연구자료의 객관성은 사실 집사에게는 무의미하다. 빨리 우리 고양이님 성격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이 앞설 뿐, 다행히 그 릴스 계정을 통해 관련 내용을 자료로 받아볼 수 있었다.


*출처 : 인스타그램_슬기로운 반려생활 @wise_life_pet


1. INFJ 유형은 인간고양이, 일명 개냥이로 애교 많고 집사에게 의존성이 강하며, 꾹꾹이 무릎냥이다.


 이 유형을 읽자마자 힝구는 INFJ일 리가 없었다. 물론 힝구의 츤데레 가면 속, 깊은 내면에는 개냥이가 분명히 있다. 내가 곤히 잠들어있음을 확인한 후에야 힝구가 무릎냥이 본성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아직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것 같기도.


2. INFP 유형은 고양이 같은 고양이다. 즉, 고양이에게는 세상 상냥하지만, 집사에게는 조금은 까칠 도도냥이다.


 아비시니안 종의 특성으로 방금 전까지도 헤드번팅으로 애교를 부리다가 우아앙! 하고 예민함을 보여줄 때면, 집무륵이다. 이처럼 힝구는 종종 까칠해지기도 하지만, 도도함은 갖추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이 하루에도 아니 바로 직후에도 반복되는 것을 보면, 그저 변덕스러운 고양이일 뿐이다. 뭐 이 또한 고양이의 매력인 것을, 개냥이와 까칠 도도냥의 매력의 상반성은 방식은 다르지만, 집사의 마음을 안달 나게 한다는 점은 같다. 물론 힝구도 여러 의미로 집사를 안달 나게 한다.


3. INTP 유형은 조금 예민한 고양이다. 촉각과 환경에 민감하기에 겁이 많고 낯가림이 심하며 스트레스를 잘 받는다.


 혹, 우리 집에 고양이 키워라는 말을 듣고 방문한 반려인의 집에서 고양이의 꼬리도 보지 못했다면, 집안 곳곳에 붙어있는 고양이 털로나마 고양이의 존재를 확인했다면, 그 반려묘는 이 유형일 것이다. 어둡고 좁은 가구의 틈 속에서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을 것 같아 걱정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일 뿐, 고양이는 그곳에서 세상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힝구는 맛동산 생산 후, 집사가 자기 똥구멍을 삭삭 닦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상황에서만 이 숨기 본능이 살아난다.


4. INTJ 유형은 사냥꾼 고양이로 사냥에 특화되어 장난감을 좋아하고, 창밖 구경을 즐긴다.


 사냥꾼 고양이답게 집사가 장난감만 들어도 달려들기 위해 궁둥이가 둠칫둠칫하며, 집사가 집을 비울 때면, 창밖을 보며 눈이 오는 날은 눈을 사냥하기 위해 혈안이다. 또 새, 다람쥐 등 야생동물의 영상을 틀어놓으면, TV 모니터로 달려들 기세다. 사실 위의 설명은 힝구의 일상을 설명한 것이다. 그렇다. 힝구는 INTJ 그 자체였다. 자료에서 묘사하는 INTJ에 힝구의 일상을 적용해 보니, Ctrl CV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어제도 힝구의 사냥감이 되어 피를 흘린 내 발목이 떠오른다.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이것이 힝구 집사로서의 운명임을 받아들여야 함을 그리고 좀 더 성숙해질 놀이 타임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5. ENTJ 유형은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로,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고, 사교성이 좋아 낯선 사람이나 동물에게 관심이 많고 먼저 다가간다.


 조금은 헷갈린다. 힝구의 저 낯가림 없는 성격과 왕성한 호기심에 주체할 줄 모르는 장난기를 생각하면, 이 녀석은 분명 ENTJ이다. 집에 낯선 사람이 와도 숨을 줄도, 얌전히 이미지 관리를 할 줄도 모르는 사교성 만렙 고양이가 우리 집에 있다. 냥생 1년 6개월 힝구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세상 앞에서도 쫄지 않는다. 그것은 호기심이 힝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INTJ와 ENTJ 사이 힝구를 무어라 정의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고민도 잠시였다. 사람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한 가지 성격유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점을 생각한다면, 힝구의 성격도 딱 한 가지 MBTI로 결정지을 수 없다. 그저 힝구 안에 너무도 많은 힝구를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하기로 했다.

 

 재미로 본 고양이 성격유형은 사실, 힝구를 자랑하고 싶었던 팔불출 집사의 마음이었으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도 재미로 봐주시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이 세상 모든 고양이는 그저 사랑스럽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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