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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Feb 29. 2024

그냥 쓰기로 했다

글루틴을 마치며,


 지난 1주일가량은 소란스럽기만 한 마음을 잡지 못한 탓에 내 일상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뭐 X 밟았다는 마음으로 툭툭 털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날 들은 말들은 털어지지 않아 자꾸 내 속을 할퀴었고 결국엔 내 마음도 몸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거부당한 존재는 어떻게 내 존재를 다시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사실 당일은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며칠만 지나면 전과 같이 내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존에 일했던 분야와는 다른 내 재취업은 새로운 도전인 만큼 기회 하나하나가 간절했고, 그만큼 온 힘을 다했다. 아니 다했다고 생각했다. 지난 한 달간, 면접 과제를 준비하고 1, 2차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 후 입사 준비를 하고 1주일간의 회사 생활까지 내 하루는 예민함의 연속이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입사 취소? 아니 입사 후니까 일방적 퇴사 통보겠지. 나는 1주일 만에 회사에서 잘렸다. 두 번의 면접에서 새로운 분야에 지원한 나에 대해서 솔직히 말했고, 답했다. 수습 2개월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나는 증명해야 했다. 그런데 잘렸다. 나를 뽑은 실무자와 대표 사이의 견해차는 너무나 컸다. 사실 경력으로 보면 신입급이었던 나는 경력자를 원하던 회사의 요구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빨리, 그것도 너무 쉽게 나에게 준 기회를 도로 가져가 버렸다. 


 한편으로 그것은 내 글에 대한 거부였다. 내 무능력함을 사유로 대표가 나를 자르라고 말했다는 실무담당자는 기자로서 가져야 할 기사톤과 내 글의 결이 맞지 않지만, 그것이 내 글쓰기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미안함을 전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권고사직을 맞이한 순간 내 몸에 흐르던 피가 차갑게 식은 듯, 온몸은 얼어버렸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간절했던 내 마음도 무너졌고 회의실 투명창 너머로 내가 처한 상황이 그려졌다. 짐을 정리하고 저 책상들 사이를 지나갈 내 처량한 뒷모습,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했다. 최악이구나.

 다행히? 길어진 면담으로 점심시간이 되었다. 무너진 마음과 자존심을 겨우겨우 숨긴 채 빈 사무실을 도망치듯 나왔다. 문 앞까지 배웅해 준 실무담당자와 인사를 나눴고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막막함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좌절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한 번의 실패로 내 도전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글쓰기를 했다. 이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기에 글쓰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출근하고 맞이한 금요일 저녁이 얼마나 피곤할지를 묻는 엄마의 카톡에 도저히 내가 다시 백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나도 이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 다음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주 일요일에 등산하기로 했지만,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머뭇거리다 결국 내 소식을 전했다. 그제야 꽉 막힌 뭔가가 뚫린 것 같았다. 그 이후 며칠에 걸쳐 내 상황을 알려야 할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렇게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고,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내가 방심한 틈을 타, 우울감이 찾아왔다.


 퇴사 당일도 글을 썼는데, 왜 이러지 싶었지만, 내 글이 문제였다는 생각에 벗어나지 못하자 한 글자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날 이후부터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다. 솔직히 이런 무기력을 억지로 이겨낼 힘도 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다시 힘을 내고 싶어졌고 또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 글이 틀리고 맞음이 어딨겠어! 그냥 거기랑 나랑 맞지 않았겠지. 지금 나에게는 정신 승리가 필요하다.


 일단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쓰기로 했다. 글쓰기는 내 일상에서 당연하니까. 그동안 써왔던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이 계속될 것이기에 내 글쓰기도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매번 그렇듯 또 마음의, 다짐의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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