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Mar 13. 2024

화장실로 간 고양이


 호다닥 화장실로 뛰어가는 힝구의 바쁜 걸음을 보니, 노는 게 제일 좋았던 힝구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나 보다. 다급해진 힝구의 방광이 아니었다면, 힝구는 여전히 노느라 바쁠 테지.




 만약 누군가 힝구의 화장실을 엿본다면 생각보다도 큰 그 소리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들려오는 소리 크기에 맞춰 감자(소변) 크기를 상상하게 되는데, 매번 풍년이로구나. '쏴아아' 미처 잠그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고 있나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 소리는 내 귓가를 생생하게 때리고 지나간다. 나 역시도 지금보다 더 작았던 힝구의 용변 소리에 놀랐던 적이 있었다. 혹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 그 상황을 영상 증거로 남겨놨지만, 힝구의 묘권을 위해 그 영상은 영원히 묻기로 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힝구의 다급함에 놀란 집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힝구의 뒤를 따라 화장실로 향했다. 걱정과는 달리 힝구는 그저 급했던 것이었다. 이내 안락한 용변 활동을 위해 주변을 정돈하며, 자세를 잡기 시작한 힝구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힝구가 초점 풀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더니, 온 얼굴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힝구의 표정은 조용히 그 모습을 응원하게 만들었다. 곧 볼일이 끝나고 힝구는 야생 본능을 발휘하며, 자신의 것을 모래로 덮기 시작하는데 힝구는 꼼꼼하구나란 생각을 넘어 이제 그만…. 제발 그만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끝도 없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체취를 가리기 바빴고, 곧 화장실 바닥을 뚫을 기세였다.


 저 작은 몸으로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그 진중한 태도가 귀여우면서도 대견하다. 그랬다. 힝구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용변을 모래로 덮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자기 몸이 부서져라 뛰어다니기를 겁내지 않는다. 힝구의 이 열정적 성실함은 집사의 감탄을 부르면서도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언제나처럼 오늘의 힝구는 최선중이기에 집사도 그 곁에서 힝구를 보필함에 게으를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쥐꼬리 잡는 고양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