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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Apr 10. 2024

벚꽃 보러 간 여행

벚꽃 맛집, 문정


  입사 후 첫 번째 금요일이었다. 오랜만의 회사 생활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출근 그 자체가 주는 긴장감에 피로한 한 주였다. 그래도 한 주를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기다리던 금요일을 맞아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날은 기대하던 여행 전날이었다. 한 달 전부터 계획 한 여행, 그것도 벚꽃이 절정으로 피어날 안면도 여행이 얼마나 봄으로 가득할지, 내 기대는 한 없이 커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춘 여행이기도 하지만 입사와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 힐링이 필요했다. 그런 나에게 안면도 여행은 좀처럼 설렘을 느끼지 못하던 요즘 일상에서 오랜만에 설렘을 기대하게 했다.

 

 곳곳에서 전해지는 벚꽃 만개 소식에도 안면도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서해안 77번 국도를 타며 곧 나타날 벚꽃길을 기대했지만, 이번 여행도 벚꽃 없는 벚꽃 여행인 걸까라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비록 앙상했던 팔당호 벚꽃길보다는 벚꽃 실루엣을 꽤 찾아볼 수 있었다. 점심이 지나고 흐렸던 하늘에 점점 햇빛이 들기 시작하자 도로 여기저기 피어있는 벚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봄이구나! 지지난 주, 벚꽃 없는 벚꽃 드라이브가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벚꽃 있는 여행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그날 저녁, 생각지 못한 사건들로, 정신 차릴 수 없는 저녁을 보냈지만, 그래도 그날의 여행은 봄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어떤 곳보다도 활짝 핀 벚꽃들로 길가가 몽실몽실했던 곳은 우리 동네였다. 아니, 벚꽃 명소가 문정이었다니. 멀지 않은 곳에 봄이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어쨌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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