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거리
세라야, 갑자기 왜 네 생각이 났을까. 잘 지내지?
지난해, 운영했던 모임에서 알게 된 언니의 연락이었다. 집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언니는 문득 생각난, 내 안부가 궁금해졌다며 오랜만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사실 언니와는 같은 오피스텔 다른 동에 살고 있지만, 한동안 교류가 없었다.
퇴사 후 잠시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는 짧은 안부를 주고받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심심하지는 않냐는 언니의 질문에 사실 나에게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고, 그래서 너무 좋다고 답했다.
때론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며,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다 오라고 말해주는 언니가 고마웠다. 짧은 그 몇 분간의 통화로 공감받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오랜만의 연락임에도 어색함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가 필요했나 보다. 환경적으로는 혼자일 뿐, SNS로는 언제든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니, 쉽게 혼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제주도의 2주 살기가 심심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갑작스러운 연락, 생각지도 못했던 전화 한 통이 주는 긍정적 감정,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담백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언니의 말들이 기분이 좋았던 것은 언니와의 전화에서 우리 대화의 온도가 딱 알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인스타에서 릴스 하나를 보았다. 가수 양희은은 친한 사람일수록 자주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깝다고 표현하며, 비가 오거나 문득 가슴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듯이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 비로소 연락한다고 한다. 이것이 그 사람과 오래갈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며, 사람 사이에도 선선한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거리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너무 밀착된 관계를 맺고 있다 보면, 때론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마치 그 관계로 인해 각자가 가진 색들이 섞여버리며 내가 없어지는 것 같다. 또한 이런 관계는 오히려 감정이 너무 얽혀있어 서로를 상처 입히기 쉬워질 때가 있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관계의 선, 관계의 거리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서로의 감정을 존중해 줄 수 있다. 서로를 대함에 나다울 수 있는 거리, 친한 친구, 연인, 가족일수록 이 거리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서슴없어진 관계에 익숙해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나조차도 이미 스마트폰과 SNS의 삶에 편리성을 알기에 그것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지만, 조금은 느렸지만, 조심스러웠던 예전의 방식을 통해 안부를 묻고 약속을 잡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