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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an 09. 2024

콩나물국이 생각나던 날

맛 그리기


 맛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요리를 맛보는 순간, 이 요리를 어떻게 만들면 될지가 그려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요리 초보이기에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요리에 대한 마음만은 프로다.


 문득, 콩나물국을 먹고 싶어졌다. 그 전날 술을 마셔 해장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오래전에 먹었던 엄마의 콩나물국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거기에 신김치를 곁들여야 완성될 그 맛이 말이다. 그날 엄마는 밥 한 공기를 통째로 콩나물국에 말아 급하게 한 끼 식사를 하려고 하셨다. 그 콩나물국 맛이 궁금했는지, 나는 그 옆에서 같이 수저를 들었다. 그렇게 한 수저 떠먹은 콩나물국이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결국 내 한 끼가 돼버렸었는데, 오늘따라 그 맛이 계속 생각났다.


 그래, 오늘은 콩나물국을 만들어 먹어야지. 우선 인터넷으로 찾은 초간단 콩나물국 레시피를 보며 재료를 사기 위해, 가까운 마트로 향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서인지, 1인용 분량의 재료들이 많았고, '양이 너무 많아 재료를 살 수 없네'라는 핑계는 이제 할 수가 없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장보기를 마쳤다. 



 콩나물 머리에 껍질과 잔뿌리를 깔끔하게 다듬으며, 인덕션에 냄비 물을 올려놓았다. 곧 엄마가 챙겨주신 다시마를 넣어 만든 육수가 준비되었다. 육수에 손질된 콩나물과 소금, 마늘을 넣었고, 한소끔 끓어오르자, 집안에 콩나물국 냄새가 가득 차며 요리가 완성되어 갔다.


 이왕 만드는 김에 콩나물무침도 도전했다. 콩나물을 물에 담가 삶는 것이 아니라 소량의 물로 콩나물을 데치듯 익혀야 콩나물의 식감과 맛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오늘의 콩나물 요리가 재미있다. 익힌 콩나물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들기름으로 무쳐, 그 위에 깨를 솔솔 뿌리니, 콩나물무침도 간단하게 완성했다. 곧 압력밥솥에서도 밥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갓 지은 밥 냄새, 보글보글 끓여 낸 콩나물국에 고소한 들기름으로 무쳐낸 콩나물무침까지 뿌듯함과 함께 왠지 본가에서 먹던 엄마 밥이 더 그리워지는 저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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