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가게

그 미지의 세계

by 김힝구


잡화점, 雜貨店(섞일 잡, 재화 화), 잡다한 일용품을 파는 상점, 그곳에서 나는 미지의 세계를 만나곤 했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문구점은 우리 가족의 일터이자, 우리 집이었다. 그 옆에 오랫동안 함께 한 선물 가게가 있었다. 그 시절 선물 가게라 하면, 지금의 편집숍, 드럭스토어를 합쳐 놓은 공간이었다. 한마디로 원하는 것은 다 있었고, 그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문물들을 접하는 건 어린 나에게는 큰 재미였다. 게다가, 내가 옆집 문구점 딸이어서인지 그곳에 매일 같이 가서 구경만 해도 선물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개의치 않아 하셨다. 아니,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곳은 보물창고였다.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는 없지만, 내 눈과 마음에 한껏 담을 수 있을 만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는 행복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그곳에서 카드와 선물을 샀고, 빼빼로데이와 발렌타인데이라는 설레는 날도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나는 기꺼이 특별한 날을 위해, 그달의 용돈을 소비했다. 친구의 생일은 말할 것도 없이, 아빠, 엄마, 오빠의 특별한 날이면, 당연하게 그곳을 찾았다. 그곳은 선물 가게였기 때문에, 이 세상 선물은 그곳에 다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여자아이는 눈을 뗄 수 없는 갖가지 액세서리며, 모자, 머리핀, 다양한 색을 담은 립스틱들, 예쁜 케이스의 색조화장품, 그 가게에서 내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었던 화장품은 마치 기름을 바른 것처럼 엄청나게 반짝였던 립밤이었다. 그래도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신기한 움직임을 가진 장식품, 만년필, 어른이 되기 전까지 기다릴 수 없어 엄마를 조르고 졸라 산 장미향수, 그리고 처음 보는 수입 초콜릿 중에서도 술이 들어간 초콜릿이 있었다. 그 초콜릿은 세상모르는 척하며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내 호기심을 자극하던 그곳에 대한 추억은 아직도 강렬하고 포근하다.



몇 년 전,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아들을 데리고 동네 문구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은 만물상이었다. 어린이가 발을 들이는 순간, 그곳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물건들이 가득했다. 역시나 그 아이, 건우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원하는 걸 사주겠다며 데려간 그곳에서, 처음 약속한 장난감 하나에 대한 후회 없을 선택을 위해 신중하기만 했다. 이것저것 장난감들 속에서 건우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내 마음도 흔들렸다. 건우가 가지고 싶은 거 다 고르라는 내 말에, 그 아이는 빠르게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신이 난 건우를 보며, 나도 흥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어린 시절 매일 같이 갔었던 선물 가게에서 느꼈을 호기심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그 흥분되던 마음, 원하던 물건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을 때의 행복함이 떠올랐다.



지금도 본가를 지나는 시장 골목에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갔던 문구점이 있다. 일명 문방구, 그곳에는 아직도 100원이면 장난감 뽑기를 할 수 있는 뽑기 기계가 있다. 그 앞을 지날 때면, 종종 그곳에서 뽑기를 하며 따낸 작은 장난감이 여전히 좋다. 또한 여행지에서 추억의 문방구, 잡화점을 발견하면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 이제 호기심 가득했던 눈빛으로 그곳을 방문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기는 것이 좋다.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즐거움이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지역 우표나 열쇠고리 같은 소소한 제품들을 꼭 사게 되는데, 작은 사치이지만 작지만은 않은 힐링이다. 그렇게 내 책장에는 추억과 재미가 담긴 작은 장난감들이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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