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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ug 21. 2024

아픔은 성장이 된다.

우리 아이의 예방접종(돌접종)

오늘은 온 가족이 병원으로 출동했다. 지난주에 이어 둘째 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서였다. 병원이 무언지, 예방접종이 무엇인지 아는 첫째는 일찍부터 병원에 들어가지 않겠다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제 동생에게 주사 맞으러 간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픽 흘러나왔다. 언제 저만큼 커서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모습에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는 등 여러 감정이 들었다.

병원로비 소파에 앉아 꼼짝도 안 하려는 첫째를 남편에게 맡겼다. 둘째를 안고 몸무게부터 쟀다. 몸무게 재는 곳에 홀로 앉은 아이는 자신을 내려놓지 말라며 있는 힘껏 팔을 내민다. 잠깐의 확인 후에 아이를 안고 진료실로 들어섰다.

차가운 청진기에 아이는 놀라 토끼눈이 되었다가 금세 울음을 터뜨린다. 의사 선생님은 '잘 놀죠?' 이 한마디를 던지고, 끝이었다. 들어간 지 1분은 지났으려나. 열린 문으로 그저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다. 뭐, 접종이니 그럴 만은 하다. 의사 선생님과 길게 얘기 나누는 건 그다지 좋은 시그널은 아니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정수기에서 물을 먹고 있는 우리 집 남자 둘을 기다렸다가 주사실로 향했다. 아기수첩을 맡기려 뒤돌아보니, 어딜 간 건지 보이지가 않는다. 나가보니 주사실에 들어오면 주사를 맞을까 봐 겁먹은 첫째가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가 곧 다가올 독감접종이 걱정되었다. 그때는 둘 다 맞혀야 하는데 말이다.

남편과 첫째를 뒤로 하고 주사실로 들어섰다. 아이를 안고 앉아 주사 맞힐 준비를 하는데, 다가올 미래를 안다는 듯 버둥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고작 일주일 전에도 양팔에 주사를 맞았으니, 아픔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더욱 아이의 고개를 돌리고 팔을 다잡았다. 아이의 살갗을 뚫고 들어가는 주삿바늘이 마치 내 심장으로 들어가는 듯 아려왔다. 온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아이의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또다시 팔을 움켜쥐었다. 넘어갈 듯이 우는 아이를 바로 안아 들고 말했다.

"아이 잘했네. 잘했어 잘했어. 잘 참아줘서 고마워~"

아이는 곧장 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다 다시금 서럽게 울어댄다. 차츰 안정을 찾은 아이는 "엄마~!"라며 장난스레 웃는다.

덜 아프기 위해 하는 예방접종에 아이들은 이것이 제일 아픈 양 애달프게도 울어댄다. 아이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의 아픔이 나를 지키고, 성장시켜 준다는 것을. 아프지만 잘 이겨낸 둘째의 성장을 기뻐하며, 따스히 꽈악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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