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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ug 22. 2024

굳세어라 우리 아가

접종열은 무서워

오늘 새벽 5시 즈음, 둘째 아이의 거센 울음에 정신없이 둘째의 방으로 뛰어갔다. 고마운 둘째는 밤이든 새벽이든 깨면 보통 혼자 놀다가 다시 잠들곤 한다. 그런 아이가 세상 떠나갈 듯 우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했다. 어제 예방접종을 맞은 터라 둘째에게 생긴 문제를 추측하면서도 괜찮기를 바라며, 체온계를 챙겨 방문을 열었다.


엄마를 보면 일어나 웃곤 하던 아이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울고 있었다. 다가가 안아보니 체온계를 대지 않아도 열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챙겨간 체온계로 체온을 재어보니, 38.4도.


분유조차 채 먹지 못하고 계속 울어댔다. 남편을 깨워 잠시 아이를 맡기고 해열제와 물, 물수건을 급히 준비해 왔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하기에 마저 자라고 방으로 돌려보냈다. 이제부터는 엄마가 아이를 지킬 시간이었다. 먹지 않겠노라 버둥거리는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약을 먹였다.


"아가, 미안해. 이거 먹어야 괜찮아져. 얼른 먹자. 엄마가 미안해."

계속해서 아이에게 말을 건네며, 겨우 약을 먹였다. 우느라 땀에 젖은 옷과 기저귀를 갈고, 물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닦아내며 물을 먹였다.


다행히 37.8도까지 내려간 아이 옆에 누워 깜빡 잠이 들었다. 2~3시간 만에 일어나 아이를 챙겼더니, 몽롱했던 모양이다. 겨우 일어나 전화로 남편을 깨우고 다시 체온을 쟀더니, 38.6도. 잠깐 긴장을 놓았다고, 금세 올라버린 열에 다시금 속이 타들어갔다. 아침을 먹이고 나니, 어느새 38.8도. 급하게 약을 먹이고, 열이 올라 제대로 못 잤던 아이는 겨우 낮잠을 청했다. 그마저 20분 만에 깨버렸다. 첫째와 노는 시간도 힘겨워하는 아이가 안타까웠다.


점심을 먹은 아이는 바운서에 앉아 겨우 잠들었고, 또 올라버린 열에 금세 깨버렸다. 38.7도. 다시금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냈다. 수건이 몸에 닿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연이어 물을 먹였다. 첫째와 같이 놀다가도 힘든지 놀다 울기를 반복하는 아이 모습에 너무 마음 아팠다. 열이 자꾸만 높아지는 바람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잠들기 직전, 겨우 37.8도까지 내려갔다. 엄마에게 안겨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옷을 꽉 움켜쥐고 있다. 더 이상 열이 올라가지 않고, 편안히 자고 일어나기를.. 푹 자고 일어나면 접종열은 정상체온으로 돌아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예방접종을 할 때면 언제나 긴장이 된다. 주사를 맞히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접종열이 날까 이틀간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접종열이 시작되면, 온 정신이 아이에게 집중되고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들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긴장의 줄 위를 손잡고 걸어가는 것과 같다. 아이들을 키우기에 불안한 요소들이 만연해있는 지금의 세상을 보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자라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어제의 접종을 잘 이겨낸 아이는 접종열도 힘껏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굳세게 잘 살아갈 것이라 그저 묵묵히 믿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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