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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ug 23. 2024

비몽사몽 글쓰기

접종열과 모성애

어제에 이어 오늘도 둘째 아이가 새벽 5시에 나를 불렀다. 어제, 오늘 통틀어 5~6시간밖에 못 잤지만, 엄마이기 때문일까. 아이의 부름에 금세 눈이 떠졌다.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남겨두고, 침대에서 일어나 급하게 방문을 나섰다. 혹시나 아직도 접종열이 높을까 하는 마음에 체온계와 해열제, 물을 챙겨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는 어제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서 울고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 들었다. 어제 만큼은 아니지만 뜨거운 아이의 몸에 체온계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38도 미만, 그래도 여전히 열이 있는 상태였다. 어제부터 열이 높아 잠을 푹 못 자는 아이가 마음 아팠다. 분유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열을 낮추었다. 아이는 내 품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아이 옆에 누워 비몽사몽 선잠을 잤다. 


아이는 열이 오른 내내 엄마를 애타게 부르고, 끌어안았다. 아이가 약해진 상태일 때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후 늦게서야 아이는 전과 같은 상태로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를 부르며, 엄마옷을 움켜쥐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하게 붙잡는 듯했다. 열이 올랐던 동안 더 강하게 애착형성이 되었던 것 같다. 잠을 잘 못 잔 상태에서 아이 둘을 케어하다 보니 몽롱한 상태에 빠지기 일쑤였지만,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혼자일 때는 잠이 오면 잘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있다 보니 잠이 너무나 절실해진다. 나의 잠은 뒤로하고, 아이들이 일찍 잘 자 준다는 사실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나도 모성애가 있는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비몽사몽 글쓰기가 되어버렸지만,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취침이 될 것 같다. 건강하게 잘 지내준 아이들, 그리고 함께 힘써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득 안고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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