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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ug 29. 2024

엄마의 후회

우리 아이의 접종열

둘째 아이가 지난 접종을 맞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접종열이 높아 조마조마하게 보초를 선지 일주일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아이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또다시 돌 접종이 다가왔다.

예방접종 덕분에 우리 아이가 더 아플 것을 대비할 수 있다지만, 접종이 참 많기도 하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두려워진다.


둘째 아이는 어제 예방 접종을 맞고 왔다. 이제는 눈치가 빤해서 주사실만 들어가도 울어댄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의 고개를 돌리고 팔을 잡았지만, 아이를 잡은 손이 떨렸다.

여전히 아이의 팔뚝을 찌르는 주사는 내 심장을 후비는듯한 통증을 주었다. 거세게 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 연신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그저 아프지 않기를, 열이 나지 않고 잘 지나가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열이 많이 나는 접종이라는 안내를 받고 와서인지, 아이가 열이 나는 듯 느껴졌다. 체온계 상으로는 정상이었지만 괜스레 불안했다. 주사를 맞고 와서 고단한 탓인지 아이는 금방 잠들었다. 남편과 나도 너무 피곤한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일찍 잠들었다.


두 시간 정도 잤을까. 아이의 부름에 눈을 떴다. 급히 달러가 체온을 재어보니 39도, 39.3도.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급히 해열제를 먹이고, 옷을 벗기며 물수건으로 몸을 닦였다. 불편한 듯 우는 아이를 안고 종합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얘기하니,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안 내려가면 응급실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때부터 엄마의 후회가 휘몰아쳤다.

'잘 때 열이 느껴지는 것 같았는데, 옆에서 지켜볼걸..'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 상태를 한번 확인해 볼걸..'

'좀 더 빨리 아이를 보러 올걸..'

'엄마라는 사람이 아이가 열나는 줄도 모르고 피곤하다고 잠이나 자고..'


한없는 후회 속에 허우적대다가 열이 나는 중에도 엄마를 보면서 웃고 장난치는 아이 모습에 정신이 들었다.

'엄마가 정신을 차려야지, 뭐 하고 있는 거야.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일단 유튜브 소아전문의의 조언을 찾아보았다. 더불어 조리원 동기들에게 '열이 39도가 넘어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더니 해열제 주는 것 말고는 해 주는 게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부터는 열을 낮추기 위한 방법만을 생각했다. 열을 낮추려 할수록 우는 아이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자고 있던 남편을 호출했다. 남편과 함께 아이의 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 열이 조금이나마 내려갔다.

아직은 안심할 수 없었기에 2시간 만에 교차복용을 했다. 남편은 내일 출근을 위해 침실로 돌려보내고, 아이를 오롯이 지켜내야 했다. 둘째 아이는 눕혀두면 금세 잠들거나 놀다 알아서 잠드는 고마운 아이다. 하지만 열이 높은 데다가 잠을 못 자 힘들었던 탓에 안고 있어도 앉거나 눕히면 울었고, 한 시간가량을 안고 일어선채로 달래 가며 겨우 아이를 재웠다.


오늘도 아이는 고된 하루를 보냈다. 나 또한 2시간밖에 못 잔 상태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계속 안고 있는 등의 긴장의 시간을 보냈다. 어제의 후회가 사무쳤지만, 후회 속에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 급박한 일들이 산재해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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