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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Sep 21. 2024

빗소리가 선물한 감성적인 시간

아이들의 꿀잠 유발 자장가 빗소리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집에만 있을까 고민하다 첫째의 성화에 밖으로 나왔다. 남편도 나도 어제부터 바다가 보고 싶었던 터라 비 오는 날의 바다를 찾았다.

구룡포 바다로 달리는 길. 도로에 고인 물은 마치 작은 바다처럼 우리가 지날 때마다 파도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아이들은 빗소리 자장가를 들으면 곤한 잠에 빠져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바다. 차 안에서 보는 바다였지만, 그래서 더 감성적이기도 했다.  파도가 금세 나에게로 덮칠 듯이 강하게 달려왔다.

나는 적당히 내리는 비를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면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좋아한다. 너무 많이 내리는 비는 많은 것을 앗아가지만, 적당히 내리는 비는 많은 것을 정화시켜 준다. 적당한 비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건 내속에 정화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차에서 듣는 빗소리는 나를 과거로 안내했다. 작은 자취방에서 문을 살짝 열면 비를 만날 수 있었다. 빗소리와 빗물이 만드는 물방울들은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홀로 멍하니 빗소리를 들으며 빗물을 바라보던 어렸던 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시절만의 복잡함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단순할 수 있었던 때였다. 먼 미래에서 지금을 떠올리면, 똑같은 생각이 들려나.


생각도 많고, 종종 버겁기도 한 시간들은  오늘의 빗소리로 산뜻하게 정화하고, 다시금 현실 복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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