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 불룩한 건?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병원
많은 직장인들에게 이번주는 선물 같은 한 주다. 직장인뿐 아니라 홀로 아이 둘 가정보육 중인 나에게도 귀한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임시공휴일이 된 국군의 날이다.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임시공휴일 오전에 내가 자리한 곳은 종합병원 정형외과 대기실이었다.
얼마 전부터 손가락, 손목과 팔뚝 전반에 걸쳐 통증이 심해졌다. 아이들이 성장해 감에 따라 나의 관절도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고주파 마사지를 틈틈이 하며 하루를 버텼다.
정도가 심해지자 남편은 정형외과에 가보자고 했다. 너무 아플 때도 있었지만, 육아와 집안일을 끝내면 대충 참을만했다. 병원에 가더라도 '사용을 자제하라는 소리나 듣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어제도 역시 통증이 심했다. 남편이 손목을 만져보더니 눈이 똥그래졌다.
"뭐야, 이 불룩한 건?"
손목이나 팔이 심하게 아프면 한 번씩 부어오르는 부위였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며 남편을 안심시켰다. 남편은 자고 일어나서 무조건 병원에 가자고 엄포를 놓았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 여겼다.
아침이 되고 눈도 채 못 뜬 상태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주파 마사지기를 손목에 차는 일이었다. 마사지를 끝내고 잠에서 깬 나는 결심했다.
'아, 병원을 가야겠구나!'
허리, 무릎도 아팠지만 혼자 아이 둘을 돌보는 상황에서 양 팔의 역할은 너무도 컸다. 정신이 채 들기도 전에 아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병원에 가는 것이 맞았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의료대란.
요즘 병원에 갈 상황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의료대란이다. '추석에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는데, 대기가 너무 길어져 아이들이 많이 기다리는 상황이 될까 봐 애가 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가겠다고 했다. 안심하고 정형외과를 찾았다. 역시나 대기하는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대기 중에 자꾸만 드는 생각이 있었다.
'별거 아닐 텐데 이렇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건가.'
일단 기다리기 시작했으니 기다리고는 있는데, 자꾸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1시간 넘게 대기 후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리저리 손목, 팔꿈치를 살펴주셨다. 놀라운 것은 아프냐고 묻는 부위 대다수에 통증이 있었던 것이다. 통증의 강약이 있을 뿐 거의 모든 곳이 아팠다. 선생님께서는 모든 곳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검사비가 많이 드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검사비.. 정말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세히 나누어 보고 싶었지만, 대기환자가 많다 보니 선생님께서는 마음이 바쁘고 조급해 보이셨다. 짧은 진료를 마치고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진료실을 나온 내가 가야 하는 곳은 여러 군데였다.
원무과
채혈실
일반영상촬영실
초음파실
약국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며칠 뒤에 다시 방문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일인데, 별것 아닌 일에 이래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은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내 얘기를 들은 남편이 말했다.
"안 쓰면 나을 텐데 안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아프니 미리 확인해 둬서 나쁠 건 없다."
경제활동을 따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돈만 많이 쓰는 것 같아 검사받기가 꺼려지고 미안했는데, 남편의 말이 참 고마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던 생각이 우리네 부모님들이 하는 생각 같네'
이곳저곳 아프셔도 돈 걱정, 자식들 걱정에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네 어른들.
그들을 떠올리고 나니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몸과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검사받고, 확실하게 치료받는 것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 여기며, 병원에 가는 일을 피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