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람 Oct 06. 2024

엄마~ 이거 해줘~!

뭘 알아야 해 주지. 그냥 모르고 싶다.

하루 육아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첫째에게 반복적으로 듣는 문장이 있다.


"엄마~ 이거 해줘~!"


부탁할 때는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하는 거라고 말하면,


"이거 해듀세요~"라며 씩~ 웃는다.


아이의 모습에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에 한번 안아주고 요청하는 바를 들어준다.


이런 전개는 굉장히 이상적이고, 흔하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엄마~ 이거 해줘~!"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입으로만 우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그럴 때는 무엇을 해달라고 말하는 건지 조차 말하지 않고 우는 소리만 지른다.

하루종일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귀가 아프고, 몸과 마음이 흐물흐물해진다. 두통이 찾아오고, 가슴은 조여 온다.


오늘도 그런 때가 찾아왔다. 나들이를 하는 중이었다.


"엄마~ 이거 해줘~!"라는 외침이 차 안을 가득 메웠다. 무엇을 해달라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마의 눈치를 발휘해 아이가 바라는 바를 들어주었다. 남편이 말했다.


"이야~그걸 어떻게 아냐.. 역시 엄마는 뭘 말하는지 잘 아네"

'휴.. 나도 잘 모르거든요. 뭘 알아야 해 주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모르고 싶다.'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뻔했다.


이후로 아이는 가짜울음으로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뒤에서 소리 지르며 떼쓰는 아이의 모습에 속이 답답해졌다.

문득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해졌다. 내일의 전초전을 하는 것 같아 두려워졌다.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울지 않으리라 애써 삼켜보지만, 자꾸만 밀고 올라온다.


집에 돌아와 아이는 괜스레 미안한지 엄마한테 가겠다고 한다. 그런 아이가 짠하고 마음 아프다.


아이가 표현하지 않으면, 원하는 바를 온전히 알 수 없다. 표현을 하더라도 모두 다 들어줄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분명한데, 떼쓰는 아이의 모습에 자꾸만 감정적인 나를 반성하게 된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아이가 원하는 바를 잘 들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하루를 보내겠다 다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기를 먹으라고~ 고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