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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pr 29. 2024

익숙함이라는 무기, 다시 시작할 용기

줌바댄스의 귀환

어릴 때부터 건강한 몸은 아니었습니다.

허구한 날 잔병치레에 뇌수막염까지 걸렸었죠. 그래서였을까요. 건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요가를 해보기로 했어요. 저의 몸이 얼마나 뻣뻣한지, 굳어있는 몸을 자극하는 일이 얼마만큼 눈물 나게 아프고 괴로운 일인지 하루하루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죽을 것같이 힘든 일도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이었나 봅니다. 살이 찢어지는 건지 근육이 찢어지는 건지 알 수 없는 고통은 조금씩 시원해져 갔어요. 10초도 버티기 힘들어 바들바들 떨어대던 몸은 안정감을 찾아갔습니다.

이윽고 요가학원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혼자 기에 이르렀죠.


시간이 흘러 요가가 아닌 강도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 졌습니다. 어쩌다 알게 된 줌바댄스를 배워보기로 했어요. 흥 많은 저에게 잘 맞는 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역시 처음은 힘이 들더군요. 잘 맞는 운동은 무슨.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습니다. 손동작, 발동작, 엉덩이 흔들기까지... 따라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어요.  하고 난 이후에는 몸살에 걸린 양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익숙함이라는 무기는 믿고 기다릴만한 카드였습니다. 어느새 소리까지 지르며 뛰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운동하는 시간이 신이 나고 즐거워졌죠.


그런 시간을 뒤로하고 결혼, 임신, 출산을 겪으며 저의 몸에 있던 얼마 안 되는 근육은 다 빠져나갔습니다. 근력이라고는 없는 몸이 되었어요. 첫째 아이 임신 전보다 몸무게가 10kg 이상 늘었습니다. 몸은 무거워졌고, 둔해졌어요. 매일 찌뿌둥한 데다 한 번 아프고 나면 회복이 안되었습니다. 몸살감기가 길게 가면서 건강을 다시 챙겨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떠오른 게 줌바댄스였습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 누군가는 집에 있어야 하는데, 남편이 일이 있으면 제가 나갈 수가 없어요. 다시 시작하려다 보니 문득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으로 혼자 놀러 나가는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했어요.


고민되는 마음으로 말을 꺼냈는데, 남편은 흔쾌히 "좋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남편의 확신의 찬 한마디에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어요. 그렇게 저는 오늘 5년 만에 처음 줌바댄스를 하고 왔습니다. 분위기나 움직임,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하지만 제가 찾아간 곳은 정이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손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함께 뛰었죠. 5년 만에 해서 어려울 것만 같던 동작들도 금세 따라갈 수 있었어요. 5년이 지나도 익숙함이라는 무기는 강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끝난 후에 선생님과 더불어 같이 하시는 분들은 저에게 곧잘 따라 하던데 하던 사람이냐고 물으셨어요. 이 정도면 나름 잘 해낸 거겠죠?


다시 시작하는 용기와 익숙함이라는 무기를 튼튼하게 장착하여 잘 해내고 왔지만, 5년 만에 한 운동으로 저의 몸은 파업에 들어갔어요. 제 몸인데, 잘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쉬러 가야겠어요.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오늘도 노고 많으셨어요.

평안한 휴식 취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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