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람 May 01. 2024

갑자기 단톡방에서 쫓겨났습니다

인사도 못한 채 안녕...

이 글은 저의 속풀이 글이자 변명문 & 의지했던 톡방의 누군가라도 읽어주길 바라며 쓰는 편지글입니다.

오늘 새벽 1시 즈음.

단톡방, 정확히 말하면 맘카페를 통해 만난 분들과 함께한 오픈채팅방에서 쫓겨난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의 글쓰기'를 완수하고, 진행 중인 일의 마감을 위해 달리다 새벽 1시 즈음 틈을 내어 톡을 확인했어요. 업무 톡들부터 확인하고 진행상황을 공유 한 뒤에 개인톡도 확인했습니다. 친구에게 온 톡, 단톡 등 많은 것들이 있더군요. 그중에서 300+가 된 한 단톡방에 제가 소환으로 걸려있으면서 다른 톡들과는 다르게 어두워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 보는 모습에 '오잉? 이게 뭐지?' 하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채팅방 관리자가 회원님을 내보냈습니다."


네. 쫓겨난 상태였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을 나눴고, 의지했거든요. 엄마들이라는 끈끈함으로 첫 인세를 받은 기념을 나누고 싶어 작은 선물도 했던 사이였어요.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사비를 들여 열명이 넘는 분들께 저의 책을 사인본으로 선물드리기도 했습니다. 저의 상황으로 인해 모임에 자주 나가거나 톡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나 든든했고,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난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쫓겨난 사유는 '유령회원 정리'습니다. 맨 처음 단톡에 들어올 때 유령회원 규정은 '매달 톡이 30개 미만일 경우 의사 확인 후에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개의 톡도 하지 못할 경우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이후 50개 미만으로 바뀌더니 지난달에는 100개로 바뀌었어요. 사실 100개가 되었어도 크게 신경 쓰진 않았습니다. 하루 3개는 무조건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의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2월 말 코로나 재확진으로 인한 몸살감기가 회복되지 않더니, 입안의 혓바늘과 분화구는 자리를 옮겨가며 생기고, 기침은 그치지 않고 토할 듯 나왔어요. 이 상황에서 아이 둘 가정보육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더군요. 아이들 아침 식사도 챙기지 못할 정도의 컨디션 난조가 잦았습니다. 심할 때는 남편이 휴가를 내기도 했지만, 당연히도 급한 일이 있으면 출근해야 했어요. 10만 원 상당의 링거를 맞았지만 잠깐 괜찮은 듯하다가 다시 힘들어졌습니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 둘 가정보육, 집안일에 개인 업무까지 쏟아붓다 보니 하루 톡 3개는커녕 폰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금세 300+의 톡이 찍혀있으니 정독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침이나 밤 또는 남편이 쉬는 날에는 소통하려고 노력했는데, 지쳐있었던 저에게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중간 점검 결과 90여 개로 100개에 미치지 못해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그것도 지나가 버렸어요.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에 비해 저의 상황은 그분들의 흐름을 같이 나눌 여력이 안되었었나 봅니다.


마음을 나누고 의지했었기에 저의 욕심으로 민폐를 끼치고, 정독도 하지 못한 것이 모두에게 죄송하지만, 마지막까지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쫓겨난 것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그저 저만의 마음이었을까요.

그래도 너무 좋았고, 따뜻했으며, 늘 감사했습니다.

비상연락망의 번호로 인사를 남기고 전해주십사 부탁드렸는데, 그분들이 저의 마음을 알아주실 수 있을지... 아쉽고 씁쓸합니다.

 

쫓겨난 상황이지만, '어디서 마주치더라도 반갑게 인사 나누었으면...' 하는 것도 욕심일까요. 이렇게 되었지만, 엄마들과 아가들 모두 언제나 건강하고 평안하며 행복한 시간 보내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 글을 끝으로 충격과 아쉬움, 씁쓸함은 흘려보내고 따뜻함만 기억하려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이러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의도치 않게 흘러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날 선 화살을 자신에게 돌려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저 맞지 않았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이라 생각해주었으면 해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일 수는 없고, 모두와 맞는 사람일 수도 없습니다. 나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면 시간이 쌓임에 따라 맞춰져 갈 것이고, 있으나 마나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흘려보내게 될 거예요. 그러니 이미 벌어진 일에 몰두해 스스로 괴로워말고, 먼저 자신을 다독여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각자는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니까요.


오늘도 노고 많으셨어요.

저의 글을 읽고,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글을 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