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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Aug 18. 2024

그저 아프지 않기를..

기저귀 발진

아이를 낳고 육아하면서 뼈저리게 알게 된 여러 가지 것들 중 하나는 분유값, 기저귀값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첫째 아이가 신생아일 때 각종 샘플팩으로 아이에게 맞는 기저귀를 찾았고, 하나의 브랜드에 정착했다. 둘째 아이는 자연스레 첫째의 기저귀 브랜드를 이어받게 되었고, 다행히도 잘 맞았다.


아이가 둘이 되자 기저귀 값은 배가 되었다. 라이브방송, 핫딜을 기다려 주문했고, 조금이나마 할인된 금액에 사은품이나 적립금까지 있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첫째가 먹는 우유의 핫딜이 떴다. 바로 달려가 주문해놓고 보니 둘째에게 사용한 적이 없는 기저귀가 사은품으로 묶여있었다. 귀여운 캐릭터도 그려져 있었다. 첫째 때 샘플팩으로 사용해 본 브랜드였는데, 둘째는 어떨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사은품 기저귀이지만, 믿고 먹는 우유 브랜드였기에 신뢰가 가기도 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단계에 맞추어 바로 써보았다.


어느 날부턴가 둘째 아이 엉덩이가 발개지는 것 같았다. 기저귀가 맞닿은 부분이었다. 연고를 발라도 점점 심해지더니 진물까지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일면서 옆에 놓인 사은품 기저귀가 눈에 들어왔다. 사은품 기저귀를 시작한 날부터였던 것 같다. 첫째와 둘째 모두 지금껏 기저귀 발진 같은 것은 잘 모르고 살았기에 내가 무신경했다. 얼마나 아프고 쓰렸을까. 이런 못난 엄마에게도 까르르 웃음 지어준다.


그날로 사은품 기저귀를 치워버리고 쓰던 기저귀를 가져와 쓰기 시작했다. 조금씩 연고가 효과를 발휘했다. 진물이 나오고, 따가워 약을 바를 때면 늘 울음 짓게 하던 상처에 새살이 돋았다. 겨우 조금 숨을 돌렸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상처가 퍼지고 있었다. 거의 나은 듯 보이다가도 밤새 쉬야나 응가를 많이 한 상태면 다시 심해지곤 한다. 오늘도 목욕을 시키고 나와 연고부터 발라둔다. 다른 걸 하는 동안 엉덩이를 말려주기 위해서다.


아이의 상처를 보며 다시금 후회한다. 그걸 뭐 하러 썼을까. 한 팩을 다 쓸 동안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꼬리를 문다.

물론 기저귀만의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날씨도 너무 더워졌으니까.  하지만 타이밍이 절묘했다.


진물이 나올 정도로 심했던 아이의 상처를 보는 엄마는 진물난 상처에 소금을 한 움큼 뿌린 것 이상의 아픔을 느낀다. 말 못 하는 우리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도 얼마나 따갑고 쓰릴까. 가슴이 쓰려온다.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앞으로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리. 깊이 다짐해 본다. 아이가 얼른 낫기를.. 우리 아이들이 그저 아프지 않고 건강히 잘 자라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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